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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혼 앙코르 <Katamari Damacy REROLL>

타이틀:
개발:
퍼블리셔:
가격:
26,800원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Katamari Damacy REROLL

때로는 대기업에서 출시한 게임들이 왠만한 인디 게임보다도 더 독특하고 참신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대기업 게임들 중에는 색다른 컨셉과 이색적인 아이디어가 빛났던 게임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상상하게 어려운 일이겠다만 과거 닌텐도나 코나미, 남코, 세가 같은 게임사들은 그런 게임을 잘 만드는 것으로도 꽤 유명하기도 했고 말이다.

내게는 괴혼(Katamari Damacy)이 딱 그런 게임이었다. 덩어리를 굴려 작은 물건들을 접착시키고 점점 덩어리를 키워 더 큰 물건을 접착시키는 기발한 컨셉은 당시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였으며, 아바마마의 정신나간 대사와 묘하게 중독적이고 머리 속에 오래 남는 음악으로 지금까지도 재밌는 기억만 남아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이 게임이 생각날 때면 이따금씩 유튜브를 통해 게임의 OST를 듣는 것으로 게임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게임이 출시된 지 무려 1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좋은 추억만이 담겨있던 이 게임이 드디어 리마스터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비록 다른 후속작은 손도 못 대 보긴 했을 지라도 나름 괴혼의 오랜 팬을 자부하는 입장으로써는 이번 리마스터를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

Katamari Damacy REROLL 아쉽게도 이후 시리즈는 전혀 플레이해보지 못했다. [괴혼 트리뷰트]
Katamari Damacy REROLL 14년만에 돌아온 로맨틱 데굴데굴 접착 액션! 괴혼 앙코르(Katamari Damacy Reroll)

괴혼 앙코르는 2004년 출시된 괴혼의 리마스터 작으로, 작은 왕자님을 조종해 무엇이든 달라붙는 작은 덩어리를 굴려 덩어리의 크기를 키우고 주어진 덩어리의 크기를 달성해 달과 별이 사라진 우주를 복구해야 하는 로맨틱 접착 액션 게임이다. 리마스터 작이니만큼 본작과 동일한 구성이지만, 시대에 맞게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에 있어 대폭 향상이 이루어졌다.

주어진 공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접착시키고 온갖 물건들이 달라붙어 점점 조잡한 형태를 띈 덩어리를 관찰하는 재미가 일품인 게임이다. 덩어리의 크기만 충분하다면 무엇이든 접착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덩어리를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바닥의 그림이나 벽에 붙은 그림 같은 왠지 붙지 않을 것만 같은 것들도 덩어리에 달라붙으며 덩어리가 더욱 커지면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나 전봇대, 나아가 나무와 집을 통째로 접착시킬 수도 있다.

접착한 물건의 양과 크기에 반해 정직하게 덩어리가 커지지는 않기도 하고 덩어리의 성장 속도가 경이로울 정도로 빨라 다소 비현실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접착시키는 물건과 덩어리의 형태에 따라 덩어리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달라져 이런 부분에서는 묘하게 현실적인 고증을 잘 챙긴다.

Katamari Damacy REROLL 덩어리의 크기만 충분하다면 눈 앞의 모든 것을 접착시킬 수 있다.
Katamari Damacy REROLL 거짓말 하나 안 하고 바닥 말고 모든 걸 접착시키는 게 가능하다.

덩어리를 키우는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다른 게임과는 조작 방식에서부터 크게 다른 게임인데다가, 덩어리의 크기가 작은 초반부에는 접착시킬 수 있는 물건이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덩어리를 키우다보면 쥐나 고양이, 인간들의 시달림을 받게 된다. 덩어리가 어느 정도 커지면 틈 사이에 덩어리가 낑기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보기와는 다르게 마냥 평탄하고 즐겁기만 한 게임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 구역마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널부러져 있어 조금만 구역을 둘러보면 덩어리에 붙일 물건은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접착이 가능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덩어리에 붙이다보면 어느샌가 덩어리는 더욱 커지고 붙일 수 있는 물건도 더 많아진다. 특히나 조금 전에 접착시키지 못하고 충돌하기만 했던 물건이 본격적으로 접착이 가능해지는 순간 덩어리의 크기는 비약적으로 커지기 시작한다. 덩어리가 커져감에 따라 왕자님과 덩어리를 괴롭혔던 동물과 인간들은 순식간에 거대해진 덩어리를 보고 지레 겁먹어 도망가기 바빠진다.

무엇이든 접착시켜가며 덩어리를 키워나가는 과정, 덩어리에 달라붙은 물건의 정체, 거대한 덩어리에 대한 다른 생명체들의 반응, 커져가는 덩어리에 따라 점점 달라지는 주변 경치, 그리고 주기적으로 흘러나오는 아바마마의 잔소리. 이 모든 것이 괴혼이라는 게임을 즐겁게 만든다.

Katamari Damacy REROLL 지나가는 생쥐에게 시달려도 조금도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Katamari Damacy REROLL 시간이 지나면 덩어리는 나무보다더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

비범한 컨셉의 게임답게 캐릭터들의 대사와 스토리 또한 남다른 구석을 자랑한다. 애초에 이 게임의 설정은 태양계를 관장하는 아바마마가 술에 잔뜩 취해 파괴해버린 달과 별들을 전부 복구하기 위해 작은 왕자님이 지구에 내려와 덩어리를 열심히 굴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스테이지의 도입부마다 정상의 범주를 다소 벗어난 듯한 대사로 왕자님과 플레이어를 당황시키는 것도 모자라, 왕자님이 덩어리를 굴리는 와중에도 틈만 나면 게임 진행과 별로 상관도 없는 온갖 잔소리를 시전한다. 자신의 실수를 왕자에게 전가시키는 것도 모자라 각고의 노력을 다 하는 왕자를 쉴 새 없이 갈궈대기까지 하는데, 이런 아바마마의 인성과 개성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게임의 실제 주인공인 왕자님보다도 인기가 상당하다.

그 밖에 별을 완성하면 짤막하게 감상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도 얼핏 보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고 더 재밌게 다가온다. 한 때 잠시나마 유행했던 '코스모가 느껴져'라는 유행어가 바로 이 게임에서 유래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가벼우면서도 유쾌하고 병맛 넘치는 스토리는 괴혼이라는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면서 중심을 잡아주고, 나아가 덩어리를 굴려 모든 것들을 접착시키는 게임플레이에 나름의 근거를 보태주며 그 재미를 제대로 살려준다.

Katamari Damacy REROLL 아, 코스모가 느껴져!
Katamari Damacy REROLL 다행히 이제는 유저 한글 패치가 존재해 아바마마의 아스트랄한 센스를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게임을 평가하는 데 있어 음악이라는 요소를 나름 중요하게 평가하긴 하지만, 특히나 괴혼의 음악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괴혼의 오프닝곡인 카타마리 온 더 락은 '나나~ 나나나~ 나나~ 나나나~'하는 중독성 넘치는 후크와 도무지 의미를 모를 병맛 넘치는 가사, 흥겨운 멜로디로 게임의 텐션을 시작부터 한껏 올려준다. 괴혼을 대표하는 곡인 론리 롤링 스타는 애니메이션 음악이 떠오르는 곡조와 명랑하면서도 묘하게 서정적인 느낌을 풍기는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괴혼의 엔딩 곡인 사랑의 카타마리는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은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것들 이외에 다른 보컬곡도 굉장히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며, 가끔 달과 왕자 같은 상당히 재밌는 사연이 담겨 있는 곡도 존재한다.

또한 각 음악들이 각자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괴혼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의 가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전부 덩어리를 굴리는 것과 연관된 내용을 담고 있다. 괴혼의 모든 보컬곡이 어떤 식으로든 덩어리를 굴리는 게임의 컨셉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저 덩어리를 굴리는 것만으로도 그 임팩트와 재미가 상당한 게임이다보니 어찌보면 음악의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아도 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희한할 정도로 그 음악의 퀄리티가 대단히 좋은 셈이다. 음악의 퀄리티가 워낙 뛰어나다보니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모든 보컬곡의 가사가 또렷이 기억이 날 정도다.

Katamari Damacy REROLL 오프닝 곡과 엔딩 곡의 가사는 아직도 까먹지 않고 있다.
Katamari Damacy REROLL 특히나 Lonely Rolling Star는 괴혼이라는 타이틀을 떼놓고 들어봐도 참 좋은 곡이다.

괴혼이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게임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문구로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가 있다. 이 문구는 괴혼이라는 게임의 특징을 가장 잘 요약한 문구기도 하지만, 동시에 철학적인 해석의 여지를 주는 문구라고 본다. 실제로 미미할 정도로 작은 덩어리를 나름의 고생과 노력 끝에 거대하게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보니, 보는 관점에서는 노력이나 저축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엇이 됐건 일단 첫 발걸음을 내딛으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누군가는 괴혼을 통해 희망이나 성공 같은 키워드를 언급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 게임을 그런 식으로 복잡하게 바라보고 싶진 않다. 작은 덩어리를 굴려 온갖 물건들을 접착시키고 덩어리의 크기를 키우는 과정 그 자체가 재밌고, 덩어리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다양한 풍경이 재밌으며, 아바마마의 정신이 살짝 나간 듯한 대사가 재밌다. 한없이 단순하지만 명쾌하고, 직설적이고,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괴혼은 재밌는 게임이고 오래 기억 속에 충분히 남아있을 만한 게임이다. 이거면 충분하다. 이 이상의 다른 설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Katamari Damacy REROLL 은근히 철학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게임이긴 하다.
Katamari Damacy REROLL 덩어리를 굴리는 게 재밌다. 그거면 됐다.

괴혼 앙코르는 2004년 출시됐던 원작의 감성과 재미를 그대로 재현하며 고전 게임 리마스터가 어떻게 나와야 호평을 받을 수 있을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덩어리를 굴려 온갖 물건을 접착시킨다는 컨셉은 14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봐도 상당히 이색적이면서도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소 무책임하고 술이 덜 깬 아저씨마냥 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아바마마의 개성도 여전히 건재하고 말이다. 어렸을 적 본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추억 속의 게임을 14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그리고 완벽히 즐기고 리뷰까지 작성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비록 철 지난 고전 게임이기도 하고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인디 게임의 범주에 쉽게 넣을 수 없는 게임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괴혼은 어느 정도 인디의 감성이 담겨 있는 게임이라고 본다. 누군가 내게 인디 게임인지 여부를 떠나 가장 참신하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게임을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게임을 추천하게 될 것이다.

Katamari Damacy RE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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