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게임: 패트릭스 패러박스

스팀신작게임, 스팀인디게임, 스팀추천게임, 싱글플레이게임 -

퍼즐게임: 패트릭스 패러박스

다른 장르에 비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씩 소코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퍼즐 게임들이 이따금씩 두각을 드러낼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역시 바바 이즈 유(Baba Is You)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블록을 밀쳐 알맞은 장소에 배치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임 플레이는 분명 소코반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글자 블록을 순서에 맞게 배치해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꿔버리는 시스템은 분명 혁신에 가까운 것이었다. 여기에 규칙의 변화에 따라 온갖 기상천외한 광경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해진 답을 찾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행에 가까웠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게임의 제목이 '바보 이즈 유'로 다가왔고, 본인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지능의 한계에 절망하며 게임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바바 이즈 유만 언급하긴 했지만, 이것 말고도 엄격하고 탄탄한 구성의 레벨 디자인과 풍부한 양의 퍼즐로 게이머의 신경 쇠약을 유도하는 웰메이드 퍼즐 게임이 몇 가지 존재한다. 이를테면 소코본드(Sokobond)는 원소 기호를 활용해 게이머들로 하여금 화학 결합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만들었고, 몸은 뱀인데 머리는 새인 스네이크버드(Snakebird)는 소코반 스타일의 게임에 중력의 요소를 도입한 이색적인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소코반 스타일을 색다른 방식으로 응용한 퍼즐 게임이라는 것은 소수의 변태적인 천재들이 자신의 천재성을 뽐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본인의 기억 속에 변태적인 천재가 만든 게임이 한 가지 더 추가될 것 같다. 올해 3월 말에 출시된 패트릭스 패러박스(Patrick's Parabox)는 기묘하게도 소코반 스타일에 차원과 공간의 왜곡이라는 역설을 도입하며 또다시 혼란의 도가니를 만들어내려 한다.

Baba is You 바바는 당신이고 바보는 나 자신이다. [바바 이즈 유(Baba is You)]
Patrick's Parabox 패트릭의 상자는 역설과 재귀로 가득해. 패트릭스 패러박스(Patrick's Parabox)
■ 상자로 가득한 퍼즐에 차원과 공간의 왜곡을 더하다

패트릭스 패러박스는 차원과 공간의 왜곡을 핵심 컨셉으로 내세운 소코반 스타일의 2D 퍼즐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눈이 달린 진분홍색 상자를 움직여 화면 안에 있는 상자들을 전부 지정된 곳에 배치해야 한다. 산뜻한 색감의 크고 작은 정사각형으로 가득한 비주얼은 미니멀리즘의 미덕을 잘 살리고 있으며, 낮은 음색과 느린 박자를 지닌 사운드트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의 마음을 가라앉히며 퍼즐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여기에 하나의 상자가 오직 하나의 오브젝트일 뿐이었던 기존의 소코반 스타일의 퍼즐 게임과는 다르게, 상자 안에 다른 상자를 집어넣거나 상자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등 하나의 오브젝트 이상의 폭넓은 상호작용을 보여준다는 점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헷갈릴까 봐 노파심에 굳이 한 번 더 언급하자면, 게임의 제목은 '패트릭의 패러독스'가 아니라 '패트릭의 패러박스'다. 역설을 의미하는 paradox에 상자라는 뜻을 지닌 box를 합성한 단어인데, 상자로 가득한 퍼즐에 차원과 공간의 왜곡으로 인한 역설을 핵심으로 한 게임으로써는 참으로 적절한 작명 센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얼핏 보고 오해하기 쉬운 알파벳인 d와 b를 바꾼 것 또한 나름의 역설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Patrick's Parabox 소코반식 퍼즐에 차원과 공간의 왜곡을 도입
Patrick's Parabox 패러독스가 아니라 패러박스다. 어쩌면 이 또한 역설의 일부분?
■ 상자들이 끊임없이 나가고 들어오는 반복이 중심

처음 패트릭스 패러박스를 접하면 직접 조종하는 상자가 다른 상자 속으로 들어가거나 상자 안에 또 다른 퍼즐이 담긴 상자가 존재하는 광경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아가 분명 상자 속으로 들어가기만 했는데 처음에 맞닥뜨렸던 퍼즐로 되돌아와있다던가 상자를 바깥으로 밀었을 뿐인데 아예 퍼즐 바깥으로 벗어나 다시 진입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등의 광경은 어느 누가 보기에도 세상 요지경이겠구나 싶을 정도다. 이는 바바 이즈 유나 스티븐즈 소세지 롤(Stephen's Sausage Roll), 몬스터즈 엑스페디션(A Monster's Expedition) 같은 다른 소코반식 퍼즐 게임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차별화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패트릭스 패러박스는 paradox라는 단어를 살짝 비튼 게임의 제목과 다소 기묘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역설에 초점을 둔 퍼즐 게임은 아니다. 본디 역설이라는 개념이 일정한 논리에 대해 모순을 야기하는 것을 일컫는데, 정작 패트릭스 패러박스에서는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모순이나 오류가 그렇게까지 두드러지진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자기 스스로나 자기가 이전에 했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는 재귀의 개념이 훨씬 두드러진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A라는 상자를 B라는 상자에 집어넣었더니 상자 바깥에서 A라는 상자가 다시 들어오거나 상자의 배치에 따라 같은 상자가 끊임없이 나가고 들어오는 반복의 양상을 상당히 자주 접할 수 있다.

Patrick's Parabox 상자 안에 상자가 있고, 상자에 들어가면 또 상자... 으아아
Patrick's Parabox 상자를 품은 상자와 상자 속의 다른 상자도 모두가 같은 상자
Patrick's Parabox 사실 '역설'의 개념보다는 '재귀'의 개념에 좀 더 근접한 게임이다.
■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은 듯

더군다나 패트릭스 패러박스의 퍼즐은 상하좌우로 몇 번만 움직여도 퍼즐에 끝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작은 편이고, 퍼즐의 구조 또한 보기보다 단순하게 디자인돼있는 편이다. 게다가 상자가 들어갔다 나오는 광경이 혼란스러워서 그렇지 퍼즐의 규칙 자체는 지극히 단순하고 직관적이기까지 하다. 이를테면 한 상자 안에 다른 상자를 집어넣을 땐 무조건 들어가는 상자의 가운데로 들어가고, 들어가는 방향의 가운데가 막혀있으면 상자를 집어넣을 수 없다. 여기에 동일한 상자가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존재할 때 내부에 있는 상자가 막혀있다면 마찬가지로 외부의 상자 역시 막혀있게 된다. 비록 게임상에서 규칙에 대해 직접 설명해 주는 장면이 없긴 하지만, 이런 것들은 플레이어가 두세 번 정도 직접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규칙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발상을 조금만 다르게 접근해 보면 해결 방법이 보이기도 하고, 상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방향과 위치만 제대로 파악해도 생각보다 퍼즐이 술술 풀릴 때가 많다. 나아가 퍼즐의 디자인이 워낙 단순하다 보니 후반부 챕터에 등장하는 벽 이동이나 빙의, 공간의 역설처럼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매커니즘을 완벽히 숙지하지 않아도 행동의 경우의 수를 좁히다 보면 의외로 뭔가 진행되는 것 같으면서 어느샌가 정답에 근접해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혼란스러운 첫인상과는 다르게 실질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보기보다는 쉬운 축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Patrick's Parabox 좀 혼란스럽지만 퍼즐의 구조는 단순한 편이다
Patrick's Parabox '방향'과 '위치'만 잘 파악해도 대부분의 퍼즐은 해결
■ 기본 퍼즐과 확장 퍼즐을 포함 364개의 퍼즐을 즐길 수 있다

패트릭스 패러박스에는 무려 364개의 퍼즐이 준비돼있다. 각 챕터마다 다음 챕터로 이어지는 길에 배치돼있는 기본 퍼즐과 길 바깥으로 갈라지는 확장 퍼즐이 존재하는데, 기본 퍼즐은 챕터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 새로운 매커니즘에 걸맞는 기본적인 구성의 퍼즐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확장 퍼즐은 챕터의 매커니즘을 다방면으로 응용해야 하는 한층 높은 난이도의 퍼즐이 많다. 특히 확장 퍼즐의 경우 단순히 난이도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아예 아스키 아트를 활용하는 등의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주며 퍼즐의 양상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여기에 한차례 엔딩을 감상하면 갤러리와 부록 퍼즐, 그리고 챌린지 퍼즐이 해금되는데, 부록 퍼즐의 경우 기존의 규칙에 약간의 변화를 가한 새로운 퍼즐이 등장하는가 하면 챌린지 퍼즐의 경우 엔딩 이전에 등장한 모든 매커니즘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어려운 퍼즐이 등장해 보다 어려운 난이도의 퍼즐을 원하는 퍼즐 매니아들의 니즈를 잘 충족시킨다.

한편 기본 퍼즐의 경우 해당 챕터에 존재하는 퍼즐의 구성이 자가복제라 할 만큼 서로 엇비슷해 퍼즐 간의 난이도 차이가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를 다르게 보자면, 동일한 매커니즘과 유사한 퍼즐 디자인을 바탕으로 약간의 변주를 입혀 퍼즐의 난이도를 차근차근히 올리고 각 퍼즐마다 다른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퍼즐의 다양성을 늘린 좋은 시도로 보인다. 또한 이는 각 챕터의 제목에 부합하는 매커니즘을 더욱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Patrick's Parabox 챕터의 컨셉만 숙지하고 있으면 충분히 해결된다는 소리
Patrick's Parabox 챌린지 퍼즐은 난이도 자비가 없다
Patrick's Parabox 정작 30~40년 전에 이런 게임이 나왔더라면 직관성이 부족하다고 비판을 받진 않았을까
■ 두뇌를 굴리는 퍼즐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

패트릭스 패러독스는 소코반 스타일이라는 지극히 고전적이면서도 교과서적인 틀에 공간의 재귀와 차원의 역설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아주 적절하게 도입한 퍼즐 게임이다. 퍼즐 상자 안에 또 다른 퍼즐 상자가 존재하고 상자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광경은 게이머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퍼즐의 구성이 단순하고 규칙이 직관적이라 조금만 고민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퍼즐을 풀 수 있다. 여기에 컨텐츠의 볼륨도 커 깊게 오래 즐기기에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수많은 소코반식 퍼즐 게임들 중에서도 단연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을 수 있을만한 게임이고, 두뇌를 빠릿하게 굴려야 하는 퍼즐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무조건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Patrick's Parabox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