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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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기존 전투 시뮬레이션과는 방향성을 달리하다

'A랑 B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라는 문장으로 대표되는 vs 놀이는 언제 어느 때고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소재라 할 수 있다. 이 vs 놀이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고 모든 장르와 분야를 통틀어 활발히 벌어지는데, 서로간의 역랑이 비슷한 두 존재를 vs 놀이에 대입해 어느 쪽이 승리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가 하면, 티라노사우르스와 닭 만 마리의 대결처럼 얼핏 보면 말이 안 되는 구도 같지만 묘하게 균형이 맞는 것 같은 vs 놀이로 기존의 고정 관념에 허를 찌르기도 한다. 특히나 게임 분야에서는 이 vs 놀이가 다른 분야보다도 훨씬 활발히 벌어지는 편인데, 한창 한국에 스타크래프트가 유행을 탔을 당시에는 서로 다른 두 유닛 간에 대결 구도를 펼쳐 어느 쪽이 더 강한지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오가기도 했으며, 아예 다른 두 게임의 주인공을 내세우고 어느 쪽이 더 강한지를 결정하는 토론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그리고 세간에는 이런 vs 놀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게임이 몇 가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이에 해당된다. 기본적으로 이런 게임들은 양 진영에 원하는 만큼 유닛을 배치하고 자동으로 벌어지는 전투(혹은 전쟁)의 결과를 구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런 게임에 등장하는 유닛이란 게 대개는 실존하는 동물이나 병사 등을 소재로 하다보니 각 유닛의 특성을 최대한 현실에 맞게 구현하게 된다. 그래야 전투를 바라보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도 설득력 있게 전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기존의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한 이색적인 게임이 하나 존재한다.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는 실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 고유의 유닛과 그 유닛들의 비현실적인 움직임, 그리고 기묘한 전투 양상을 전면에 내세웠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개성이 되어 가장 많은 인기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전투 시뮬레이션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그래서 울트라랑 아칸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스타크래프트(Starcraft)]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세상에서 가장 풍성하고 유쾌한 전쟁놀이 장난감.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
■비현실적이고 부정확하며 엉성한 전투와 독보적인 개성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는 좌우 양 진영에 유닛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두 진영 간의 전투 현장과 그 결과를 구경하는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완전히 정확한 전투 모의실험'이라는 게임의 명칭과는 다르게 비현실적이고 부정확한 요소들로 가득한 게임으로, 한결같이 동그랗고 말똥말똥한 눈을 지닌 모든 유닛들의 외형과 비틀거리고 뒤뚱거리는 움직임,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내질러 정확도가 떨어지는 공격 모션, 그리고 일말의 잔인한 연출이 없는 엉성한 전투 양상은 코미디 혹은 병맛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특유의 3D 그래픽은 정교함이 살짝 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필요한 묘사는 전부 구현하고 있고, 각 팩션의 느낌을 잘 살린 음악은 게임의 흥을 적당히 돋구워준다. 딱히 무게 있는 설정이나 스토리가 존재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 상에 등장하는 모든 유닛들은 저마다 확고한 개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게임의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기본적으로는 양 진영에 원하는 만큼 유닛을 배치해 전투를 구경하는, 이른바 vs 놀이에 최적화된 게임.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싸움은 치열해도 유혈 사태는 없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무궁무진한 팩션과 유닛, 전투 시뮬레이션의 본질적 재미도 잊지 않았다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에는 총 13개의 팩션과 150여 종에 달하는 유닛이 준비돼있다. 본래 얼리 액세스 초기 단계에는 7-8종의 팩션이 전부였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새로운 팩션과 유닛이 꾸준히 추가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각 팩션은 고대와 중세, 근현대, 그리고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마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각 팩션에 포함된 유닛들은 각기 고유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해당 팩션의 테마에 적절히 녹아든다. 또한 특정 조건을 만족해 해금할 수 있는 비밀 유닛과 레가시 전장에서 특정 오브젝트를 발견해 해금할 수 있는 레가시 유닛이 존재하는데, 이 유닛들을 해금하는 과정 자체도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아 재미로 다가오는 데다가 대부분의 비밀 유닛과 레가시 유닛은 특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전장에 직접 배치해 활용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게다가 커스텀 컨텐츠를 통해 게이머가 직접 자신만의 유닛과 팩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닛과 팩션의 종류는 무궁무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150여 종에 달하는 유닛들의 밸런스도 제법 잘 잡혀있다. 저렴한 가격의 유닛들은 저렴한 대로 쓰이는 구석이 있으며, 비싼 가격의 유닛들은 대체로 비싼 값을 잘 해낸다. 각 유닛 간의 특성과 약점도 뚜렷하게 잘 잡혀있는 모습인데, 이를테면 원시 팩션의 가장 고티어 유닛인 매머드는 거대한 덩치로 작은 인간형 유닛 무리를 잡는데 최적화돼있지만, 움직임이 느리고 덩치가 커 원거리 유닛 무리나 공성 병기에 취약하다. 이렇듯 모든 유닛들의 특성이 전부 달라 각 유닛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궁리해 여러 유닛을 적절히 조합해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비슷한 강력함을 자랑하는 두 유닛을 같은 수로 배치하거나 같은 가격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두 유닛을 양 측에 배치해 전투를 치르게 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이니만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유닛을 배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잘 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정말 다양한 테마의 스테이지와 팩션, 유닛들로 가득하다. 심지어 정식 출시 땐 선과 악 팩션도 추가됐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아니, 잠깐. 어딜 때리는거야!?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맘모스가 참 강해보이지만, 천적 유닛은 분명 존재한다.
■'캠페인 모드'는 이 게임의 또 다른 핵심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캠페인 모드는 제한된 가격 안에서 적절히 유닛을 배치해 적의 유닛 배치를 제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캠페인의 전반부에는 해당 캠페인의 테마에 맞는 적 유닛들이 배치돼있어 다른 팩션의 유닛을 활용해 적의 배치를 제압하고, 후반부에는 반대로 해당 캠페인의 테마에 맞는 유닛들을 활용해 다른 팩션의 유닛 배치를 물리쳐야 한다. 기본적으로 적의 유닛 배치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유닛 조합으로 약점을 찌르는 재미가 준수하다. 일부 캠페인은 단 한두기의 강력한 유닛으로 적의 배치를 제압할 수 있어 이것이 쾌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여기에 자신이 배치한 유닛에 빙의해 1인칭 시점으로 유닛을 조작하는 수동 조작 기능이 신의 한 수가 된다. 단순히 전투를 구경하는 것을 넘어 유닛을 직접 조종해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자신의 플레이로 전투의 양상을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수동 조작으로 직접 유닛을 조종하는 게임플레이는 게임의 전략적인 성질과는 살짝 엇나가면서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다만 몇몇 캠페인에서는 이 수동 조작 기능을 반드시 활용해야만 할 때가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히 유닛 배치만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만큼 상대의 유닛 배치가 강력해 수동 조작을 활용한 트릭성 플레이가 요구될 때가 있는 것이다. 수동 조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도였을 수도 있고 이것을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기왕이면 수동 조작을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어려운 유닛 배치보다는 전투의 결과에 지나치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수동 조작이 약간의 변수로 작용하는 유닛 배치가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아무렇게나 유닛 배치해서 캠페인 깨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개별 유닛을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건 분명 신의 한 수다. 다만...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유닛 배치와 인공지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캠페인이 일부 존재한다. 수동 조종을 의도한 듯 하지만 조금 불합리한 감도 있다.
■비정교, 비정확, 허를 찌르는 재미

이 쯤에서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만의 독특한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완벽히 정확한 전투 시뮬레이터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이 게임의 전투는 대체로 비현실적이고 부정확하게 진행된다. 당장 워블러라 불리는 캐릭터의 흐리멍덩한 생김새와 비틀거리는 움직임은 실존하는 인간의 그것이라 보기 어렵고, 전투가 진행될 때 유닛들의 공격은 어째 적중할 때보단 빗나갈 때가 더 많다. 수동 제어로 캐릭터를 직접 움직여도 공격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다. 유닛이 장애물에 막혀 버벅대거나 아직 죽지 않았음에도 일어나지 않는 버그와도 같은 상황은 당연하게도 아주 흔하게 벌어진다. 이로 인해 뻔해 보이는 전투도 뜻밖의 양상으로 흘러가기가 일쑤다. 어찌보면 정교함과 정확함에서 최대한 멀어지고 허를 찌르는 재미를 유도한 것이 이 게임만의 명확한 강점이자 흥행 요소가 됐고, 게임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워블러의 얼굴은 어느덧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의 개발사 Landfall의 얼굴마담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개발사 Landfall은 2019년 4월 1일,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를 스팀을 통해 얼리 액세스로 출시했고, 얼리 액세스 시기부터 어마어마한 호응을 얻으며 큰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정확히 2년 뒤인 2021년 4월 1일, Landfall Days라는 자신들만의 온라인 행사를 통해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의 정식 출시 소식과 더불어 전작인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그라운드(Totally Accurate Battleground)의 무료 전환, 그리고 신작인 라운즈(ROUNDS)를 공개하며 게이머들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어찌보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날인 만우절을 자신들만의 날로 만들려는 대담한 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고,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는 이런 대담한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단순히 잘 만들어진 게임 수준을 넘어 개발사의 역량을 높이 키우고 인지도를 널리 알린 효자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지금 시대에, 게임 하나로 IP를 세세우다니!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어쩌면 4월 1일은 정말로 Landfall Day가 될 지도?
■컴퓨터 사양을 신경써야 하는 건 단점

그렇다고 단점이 아주 없는 게임은 아닌데, 대개는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의 문제점이라기보단 전쟁 시뮬레이션 계열 게임의 숙명적인 한계에 가까운 것들이다. 가장 큰 한계점은 역시 최적화와 관련된 부분인데, 컴퓨터의 사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장에 다수의 유닛을 배치하다보면 게임이 느려지고 프레임드랍이 발생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더군다나 얼핏 보기에는 대충 만든 듯 투박해 보여도 자세히보면 은근히 섬세한 면이 돋보이는 그래픽이다보니 더더욱 그래픽 카드를 비롯한 전반적인 컴퓨터 사양을 크게 타기 마련이다. 최적화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기보단 수많은 유닛을 한 화면에 담아야 하는 게임의 특성 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한계라고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그 밖에 흘러 넘칠 만큼 풍부한 컨텐츠가 일부 게이머들에게는 뜻밖에 피로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컨텐츠가 많지 않았던 얼리 액세스 시절부터 게임을 꾸준히 즐겨왔던 이들이라면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정식 출시를 기점으로 게임을 처음 접한 게이머들에게는 13개의 팩션과 150여 종에 달하는 유닛이 조금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각 팩션의 유닛들을 천천히 접하게 되는 캠페인 모드가 어느 정도 이에 대한 완충지대 역할을 하기도 하고 각기 다른 팩션의 유닛을 자유롭게 조합해 자신만의 유닛 부대를 만들어 전쟁을 치르는 게임플레이는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수많은 팩션과 유닛을 한 번에 고려한다는 건 그만큼 골치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 또한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의 단점이라기보단 게임 장르의 특성과 게이머의 취향 문제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은근히 고사양 게임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유닛의 종류가 정말 질릴 만큼 많다.
■병맛 재미와 전투 시뮬레이션의 본질도 챙긴 훌륭한 게임

토탈리 어큐레이트 배틀 시뮬레이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성과 완전히 반대의 방향을 취하면서도 양 진영에 병력을 배치하고 두 진영의 전투를 구경하는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의 본질만큼은 완벽히 챙긴 훌륭한 게임이다. 흐리멍덩한 유닛들이 기묘하게 얽히고설키며 투닥대는 광경은 일반적인 전쟁의 범주와는 한참 벗어나 있으면서도 병맛에 가까운 재미를 아주 잘 선사한다. 여기에 종류가 다양한데다가 각기 다른 특성을 보유한 수많은 유닛들과 더불어 커스텀 컨텐츠를 통해 자신만의 유닛을 만들 수 있어 이리저리 갖고 놀기 좋고, 적당한 난이도의 캠페인 모드는 나름의 전략적인 요소를 잘 챙기고 있다. 이 정도면 완전히 정확하고 정교하게 진행되는 게임은 아닐 지라도, 완벽히 풍성하고 유쾌한 전쟁놀이 게임이라 불리기에는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조금 진한 병맛이 가미돼있어 기묘하면서도 다수 대 다수로 진행되는 전투의 묘미를 살린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강하게 추천할 수 있는 인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Totally Accurate Battle Simulator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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