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배틀러의 재해석, '데스팟츠 게임 : 디스토피안 아미 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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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배틀러의 재해석, '데스팟츠 게임 : 디스토피안 아미 빌더'

■ 혁신적인 시스템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시도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도타 2(DOTA 2)의 유즈맵으로 처음 선보였던 도타 오토 체스(DOTA Auto Chess)는 전장에 기물을 배치해 자동으로 전투를 치러 승패를 가리는 게임 플레이로 단시간 안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특히 같은 기물 3개를 합쳐 보다 높은 성능의 기물을 만들고, 동일한 속성을 보유한 다른 기물을 여러 개 보유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게임성은 당시로써는 상당히 혁신적인 것이었다. 동양의 전통 오락인 마작에서 영감을 받은 '기물과 시너지' 시스템은 그렇게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고,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략적 팀 전투(League of Legends : Teamfight Tactics), 하스스톤의 전장(Hearthstone : Battlegrounds) 등의 오토 체스에서 영감을 얻은 게임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오토배틀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출해내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스템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시도가 인디 게임 씬에서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작년에 스팀을 통해 출시됐던 SNKRX를 꼽을 수 있다. 슈팅 로그라이크를 표방한 SNKRX는 당시 오토배틀러 장르의 기본적인 규칙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기물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재미를 우직하게 살려내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나 준수한 평가를 받았던 바 있다. 마찬가지로 작년에 출시됐던 비비드 나이트(Vivid Knight)는 (비록 인디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보석으로 변해버린 유닛을 모아 최대한 많은 시너지를 모으는 게임 플레이로 오토배틀러의 새로운 재해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2022년 9월의 마지막 날, 오토배틀러의 규칙을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하게 풀어내 로그라이크 전략으로 녹여낸 이색적인 게임 데스팟츠 게임 : 디스토피안 아미 빌더(Despot's Game : Dystopian Army Builder)가 1년 동안의 얼리 액세스를 무사히 마치고 마침내 스팀을 통해 출시됐다. 과연 이 게임이 선보이는 오토배틀러의 재해석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기물과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오토배틀러는 여전히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본다. SNKRX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티끌 모아 티끌, 오합지졸의 오토체스. 디스팟츠 게임 : 디스토피안 아미 빌더(Despot's Game : Dystopian Army Builder)

데스팟츠 게임 : 디스토피안 아미 빌더는 디스포티즘 3k(Despotism 3k)의 개발사 Konfa Games의 후속작으로, 미궁에 갇힌 인간 무리를 이끌어 미궁을 무사히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오토배틀러 방식의 로그라이크 전략 롤플레잉 게임이다. 하찮고 나약한 인간들을 지배하는 입장이었던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작고 소중한 인간 무리를 직접 통솔하는 입장이 되니 전작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미궁에 갇힌 인간들의 까마득한 심경을 적절히 반영한 사운드트랙은 귀에 쏙쏙 들어오며, 로그라이크와 오토배틀러를 동시에 아우르는 컨셉과 더불어 로그라이크 특유의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면 게임 한 판을 끝낼 수 있는 짧은 플레이 타임, 그리고 기물과 시너지로 대표되는 오토배틀러의 핵심을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게임 플레이가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 밖에 찰진 어감을 잘 살린 한국어 번역의 퀄리티 또한 수준급이다.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피지배자 집단을 조종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로그라이크에 오토배틀러가 결합된 독특한 감각의 게임.
■ 규칙을 좀 더 단순하면서 직관적으로 풀어내다

임의의 인간 무리로 구성된 덱을 골라 게임을 시작하게 되고, 방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만나는 적을 처치해 획득한 토큰으로 새로운 인간과 장비, 그리고 식량을 구매해야 한다. 상점은 무조건 전투가 끝난 뒤에 이용할 수 있으며, 인간과 장비를 파는 상점은 한 번 지나치면 그대로 사라지니 어느 정도는 계산적으로 상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티어와 시너지가 다른 장비와 해당 장비를 착용하는 인간은 따로 구매를 해야 한다. 한 번 장비를 쥐어준 인간은 다시는 장비를 바꿀 수 없지만, 그 대신 모든 방에서 인간을 희생해 식량으로 만들 수 있어 비상시에 식량을 보충하거나 덱의 최적화를 위해 인구수를 조절하는 등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각 장비에는 딱 한 개의 시너지가 할당돼있으며 최소 같은 시너지의 다른 기물을 3개씩 갖추면 해당 시너지가 발휘된다. 보통 오토배틀러 게임의 기물에는 두 개 이상의 시너지가 할당돼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의 경우 기물마다 오직 하나의 시너지라 조금 단순하게 느껴질 순 있다. 그만큼 시너지 구성이 단순하고 간결해 덱의 상황을 보고 시너지를 맞추기가 한 층 수월하다는 건 장점이라 할 만하다. 이는 기물과 시너지 시스템을 핵심으로 삼는 오토배틀러 규칙을 좀 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풀어낸 산물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다만 현재 보유한 덱의 구성이나 전투 이후 딜 미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없어 오토배틀러 게임이 갖춰야 할 편의성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장비를 착용할 인간은 별도 구매입니다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인간은 재활용이 안 된다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시너지 구성이나 딜 미터기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편의성은 아쉽다.
■ 식량 관리와 돌연변이 확보를 잊지 말자

효율적인 덱 조절을 유도하는 식량과 덱의 밸류를 한층 끌어올리는 돌연변이 역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식량의 경우 방을 한 칸씩 이동할 때마다 덱의 인구수만큼의 식량이 소모되며 식량 상점에서 식량 덩어리를 구매하거나 유사시에는 덱의 인간을 희생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덱의 인구수가 많으면 그만큼 소모되는 식량도 많아지니 최소한의 인구수로 덱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적은 수로도 큰 밸류를 낼 수 있는 기물과 시너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보유한 자원과 덱의 밸류가 안정되면 그만큼 식량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상의 재화로 통용되는 토큰뿐만 아니라 식량이라는 자원으로 덱의 효율을 따지는 게임 플레이를 유도한 건 분명 나쁘지 않은 시도라 할 수 있다.

한편 덱의 밸류를 끌어올리는 돌연변이는 각 층의 특정 방에서 무작위로 뜨는 돌연변이를 선택하거나, 돌연변이 메뉴 화면에서 토큰을 소모해 테크 트리를 올려 새로운 돌연변이를 해금하는 식으로 획득하게 된다. 테크 트리를 통해 획득하는 돌연변이는 주로 기물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것들이 대다수인 반면 무작위로 골라 획득하는 돌연변이는 특정 시너지에게 액티브 스킬이나 패시브 스킬을 부여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 게임의 경우 극히 일부 기물을 제외하면 스킬을 보유한 기물을 찾기가 힘든데, 이 돌연변이가 마나를 소모해 활용하는 스킬의 역할도 어느 정도 겸하고 있다. 이 돌연변이만 잘 확보하면 특정 시너지나 덱 전체가 크게 힘을 받아 게임을 훨씬 쉽게 풀어나가게 된다. 앞서 언급한 식량 관리와 더불어 이 돌연변이야말로 데스팟츠 게임 : 디스토피안 아미 빌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언제 어느 때고 식량 배급은 중요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능력치 강화와 액티브 스킬의 역할까지 부여된 돌연변이
■ 로그라이크라는 장르가 주는 단점

다만 안타깝게도 한계 또한 뚜렷한 게임인데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 때문에 그렇다. 우선 첫 번째로는 로그라이크 측면의 단점인데, 로그라이크 게임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변수 요소가 너무나도 한정적이다. 게임을 매번 처음부터 새롭게 진행해도 각 층의 구조만 조금씩 바뀔 뿐,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4층마다 변화하는 미궁의 배경도 항상 똑같고, 각 층마다 등장하는 적과 보스의 종류 또한 똑같으며, 심지어 마지막 층인 12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최종 보스 데스팟의 존재마저도 항상 똑같다. 최종 보스인 데스팟이야 전작에 대한 전관예우라고 볼 순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게임의 끝이 정해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각 층에 처음 진입할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이벤트와 일부 층에 무작위로 배치된 퀘스트 정도가 이 게임의 변수 요소라 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이벤트는 선택지에 따른 결과가 고정돼 있다시피하고 퀘스트 역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토큰의 양이나 돌연변이의 종류 같은 보상이 고정돼 있어 게임의 판도를 바꿀 만한 큰 변수라고 보긴 어렵다. 즉,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게임을 이른 타이밍에 끝내거나 더 깊은 층으로 도전할 수 있을 만큼 분기가 갈리는 것도 아니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해서 플레이해도 매 게임마다 양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다 보니 게임의 흐름이 단조로워지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게임이 질리게 다가올 여지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최종보스가 이 녀석 뿐인 건 좀 그렇다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퀘스트와 이벤트 마저도 정답이 뻔해...
■ 오토배틀러 측면의 단점

그리고 두 번째로는 오토배틀러 측면의 단점이다. 롤플레잉 게임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검사, 탱커, 힐러, 원거리 등의 클래스를 시너지로 삼고 각 시너지마다 나름의 개성을 지닌 기물을 배분해 둔 것은 좋았으나, 문제는 각 기물과 시너지 간의 밸런스가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 다시 말해 OP에 가까운 고성능의 기물 및 시너지와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돈 낭비가 되는 저성능의 기물 및 시너지가 너무 확연히 나뉜다. 이를테면 원거리 시너지의 최고 티어 유닛인 퍼니셔의 경우 자체 능력치도 뛰어난 데다가 액티브 스킬인 '연발 사격'의 성능이 매우 월등해 단 한 기만 보유하고 있어도 성능이 단박에 체감될 정도다. 여기에 기물과 시너지의 성능을 한 층 더 끌어올리는 돌연변이만 받쳐주면 게임이 터져나가는 건 일도 아니다.

따라서 게임을 쉽게 풀어나가고 후술할 PvP 컨텐츠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챙기기 위해선 특정 기물의 선택이 사실상 강제된다. 반면, 밸류가 떨어지는 기물과 시너지는 기묘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자연스레 기피 매물의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다. 본래 게임에서 밸런스라는 것이 특정 유닛이나 아이템의 사소한 수치 변경만으로도 크게 요동을 치다 보니 밸런스를 최대한 균등하게 잡기 위해선 개발사 스스로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오토배틀러 게임의 경우 약간의 밸런스 파괴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매우 많아 그만큼 밸런스 조절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이 게임은 기물과 시너지 간의 밸런스에 대한 고민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1년 동안의 얼리 액세스를 거친 게임이다 보니 이 단점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으아아아아! 뭐야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마지막 PvP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결국 변수의 부족과 밸런스의 불균형으로 인해 게임의 흐름이 획일화될 여지가 다분하다.
■ PvP 컨텐츠는 신선하지만...

마지막 층에 주둔하고 있는 최종 보스 데스팟을 무찌르면 게임을 클리어 한 다른 플레이어의 덱과 자웅을 겨루는 PvP 컨텐츠 일인자 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매 전투 결과에 따라 만나는 상대가 달라지며, 승수를 많이 챙기면 그만큼 자신의 랭킹이 올라 더 높은 티어의 플레이어를 만나게 된다. 어찌 보면 이 게임의 최종 목표는 미궁을 지배하는 디스팟보다도 다른 플레이어와의 경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3번째 전투마다 가상의 다른 플레이어와 전투를 치르는 난투 모드의 경우 무작위로 등장하는 돌연변이와 더불어 매 게임마다 다른 플레이어의 덱을 만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변수가 되기 때문에 본 게임보다도 이쪽이 더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 그 밖에 정식 출시와 함께 새로 추가된 DLC인 도전 모드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인구수를 극한으로 활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묘수풀이 방식의 게임 플레이로 본편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렇듯 PvP 컨텐츠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의 덱을 구경하고 전투를 지켜보며 상성을 파악하게끔 만드는 개발사 측의 의도는 분명 신선한 면이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에서 PvP 컨텐츠는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보다는 마주치게 되는 적의 능력치를 올리거나 획득하는 자원의 양을 줄이는 등의 제약을 통해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올리는 승천이나 규약 같은 고난이도 모드가 이 게임에 더 적합하지 않았나 싶다.

다른 유저들이 덱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구경하는 재미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점진적인 난이도 상승 컨텐츠가 적합했을 듯
■ 색다른 오토배틀러 게임을 찾는다면 추천!

오토배틀러 장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물과 시너지 시스템의 잠재력을 매우 높게 바라보는 본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데스팟츠 게임 : 디스토피안 아미 빌더는 그 잠재력을 가장 잘 드러낸 게임이라 평가한다. 다양한 기물과 복잡한 시너지 구성으로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오토배틀러 규칙을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으로 풀어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창출해낸 점은 확실히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식량을 통한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돌연변이를 통한 덱의 밸류를 극대화하는 플레이를 유도한 것 또한 인상적이다.

물론 변수 요소의 부족과 기물 및 시너지 간의 무너진 밸런스로 인해 로그라이크 게임으로써나 오토배틀러 게임으로써나 아쉬운 점은 있지만, PvP 컨텐츠의 도입은 호불호는 어느 정도 갈릴지라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 (최소한 밸런스의 불균형은 이후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해보인다.) 도타 오토체스를 시작으로 오토배틀러 장르가 점점 활기를 띄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색다른 오토배틀러 게임을 찾는 이들이 있다면 한 번 쯤 플레이해 볼 만한 게임으로 추천하고 싶다.

Despot's Game: Dystopian Battle Simulator
Kutar'k 필자: Kut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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