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를 살린 플랫포머게임: 올리야(Ol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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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미를 살린 플랫포머게임: 올리야(Olija)

종종 수많은 인디 게임들을 접하다보면 게임에 대한 기대와 실제 게임의 간극이 크게 벌어질 때가 있다. 출시 이전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런 게임이겠지...' 하던 것이 출시가 된 이후에 직접 플레이를 해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작품성이나 완성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출시 전에 공개된 게임 화면과 트레일러를 봤을 땐 '탐험과 전투의 묘미를 잘 살린 액션 롤플레잉'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공개된 게임은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인상깊으나 액션이나 롤플레잉의 요소가 강하진 않은 게임'이 그런 케이스에 해당된다.

본인에게는 닌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레트로 스타일의 플랫포머 게임 더 메신저(The Messenger)가 그랬다. 더 메신저가 출시되기 이전에는 닌자용검전을 베이스로 한 액션에 치중한 무거운 분위기의 게임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나온 결과물은 액션보다는 퍼즐에 가까운 게임성과 상점 주인의 유쾌한 대화로 가득한 가벼운 분위기의 게임이었다. 본인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결과물이 나오긴 했지만, 게임은 분명 재밌었고 작품성도 뛰어났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게임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들이 있다. 역시나 게임은 직접 해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를 일이고, 게임이 예상과 다르다 해서 리뷰를 감정적으로 작성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오늘 소개할 게임 올리야(Olija) 또한 본인에게 있어서는 플레이 전과 플레이 후가 다른 부류의 게임이고, 가급적 개인적인 감정을 배재한 리뷰를 작성해보려 한다.

Olija 액션보다는 퍼즐에 치중했던 레트로 닌자 전령. [더 메신저(The Messenger)]
Olija 작살의 선택을 받아 신화를 써내려가는 자. 올리야(Olija)
■ 난파당한 군주의 여정을 담은 액션 플랫포머 게임

올리야는 쇠락해가는 나라를 위해 재정을 마련하고자 보물을 찾기 위한 항해를 떠나던 도중 폭풍우를 만나 미지의 섬 테라페이지에 난파당한 군주 패러데이의 여정을 담은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굵은 도트 덩어리의 픽셀 그래픽은 3등신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오리엔탈 세계관의 풍경, 그리고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으며, 전통 악기를 활용한 듯한 배경음악은 쓸쓸하고 적막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그래픽이 투박해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겠지만, 게임 상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뼈와 썩어 문드러진 시체, 그리고 기괴한 생김새의 괴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데다가 전투 시의 연출도 거친 것이 많아 보기보다 고어하고 잔인한 게임이기도 하다. 한편 게임의 제목인 올리야는 게임 상에 등장하는 히로인 격 인물의 이름이며, 그녀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패러데이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깊은 관계를 맺기도 하는 등,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Olija 이것은 항해 도중 난파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 작살을 활용한 이동과 전투가 호쾌한 액션을 선보인다

올리야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작살을 활용한 이동과 전투는 제법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호쾌하고 시원시원한 액션을 자랑한다. 작살로 적을 공격할 시 한 번 공격을 맞출 때마다 스택을 하나씩 쌓게 되는데, 이 스택이 4개가 쌓이면 바로 다음에 강력한 공격으로 큰 데미지를 입히고 적을 멀리 날려버릴 수 있다. 공격의 연출과 조작감, 판정은 무난히 손에 익을 정도이며, 공격에 맞은 적들은 멀리 날아가거나 벽에 부딪혀 터지는 등 거칠고 화려한 연출을 보여준다. 또한 작살을 적에게 던져 꽂은 뒤 작살이 위치한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던진 작살은 다시 손으로 불러들일 수도 있다. 그 밖에 기본 무기인 작살 이외에 레이피어, 손쇠뇌, 엽총 등 다양한 보조 무기들이 준비돼 있고, 상황에 맞게 보조 무기를 바꿔가며 활용할 수 있어 이 또한 흥미롭다.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화끈한 액션에 대한 준비물은 잘 갖춰두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작살을 활용한 이동과 전투의 재미는 잘 살린 편이지만, 정작 게임에서 전투의 비중이 그렇게까지 크진 않다. 전투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많지 않은 데다가 전투가 도리어 게임의 전체적인 템포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렇다. 어딜 가든 종종 마주치게 되는 일반 적들의 경우 적들의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가 패턴이 단순하고 큰 데미지를 입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중반쯤 되면 슬슬 대부분의 일반 적들이 하찮게 보이기 시작한다. 모자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주긴 하지만, 이마저도 모든 모자를 제작하고 난 뒤엔 굳이 일반 적들을 상대해야 할 가치가 사라져버려 아예 전투를 피해버리는 단계에 이른다.

그나마 보스전의 경우는 좀 낫다. 각 보스마다 나름 공격 패턴이 충실히 준비돼 있기도 하고, 적의 공격을 잘 관찰한 뒤 약점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재미는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이런 보스전마저도 주인공이 입는 데미지는 다소 약하고 난이도 또한 적잖이 쉽다.

Olija 액션성 자체는 준수
Olija 때리는 맛은 있다...
■ 액션 이외에 퍼즐의 비중도 높다

액션의 비중이 높을 것만 같았던 첫인상에 비해 은근히 퍼즐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기도 하다. 게임 후반부에 돌입하면 작살을 다시 불러들이거나 작살이 꽂힌 지점으로 순간이동하는 특성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퍼즐성 구간이 점차 많아진다. 또한 가장 마지막에 획득하는 거대한 칼은 바로 앞서 언급한 작살과 유사한 활용법을 지니고 있는데, 두 개의 무기를 번갈아 활용해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구간이 나와 보다 복합적인 구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도 레벨 디자인 자체는 괜찮아 답을 알아가는 재미는 충분하다. 이로 인해 올리야는 액션에 소홀한 게임은 아니지만, 마냥 액션에만 치우친 게임도 아니라 할 수 있다. 퍼즐의 비중이 너무 과하게 잡히진 않았어도 화끈한 액션으로 가득한 게임을 원했던 이들이라면 조금 이질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한편 게임의 진행을 위해 장소를 이동할 땐 지도를 펼쳐 이동할 곳을 선택하고, 할아버지가 운행하는 작은 배를 타고 해당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다소 선형적이긴 해도 게임의 서브 컨텐츠라 할 수 있는 모자 제작과 뮤직 박스, 배가 든 병의 수집거리를 위해 도중에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수집에 따른 추가 스토리나 멀티 엔딩이 준비된 것 같진 않지만, 최소한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갈 여지 정도는 줬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Olija 액션만 있는 게임은 아님
Olija 능동적 선택의 여지
■ 액션과 스토리의 균형이 적절한 게임을 선호한다면

스토리의 완성도는 제법 괜찮은 편이다. 패러데이가 테라페이지에 난파해 전설의 작살을 획득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장막을 열기 위한 열쇠를 모으며, 여행 도중 조난 당한 선원들을 구조하고, 올리야의 도움을 받으며 그녀와 깊은 관계를 맺기까지의 여정을 상당히 밀도 있고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여기에 등장인물들은 전부 미지의 언어로 소통하는데, 이를 통해 미지의 땅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물론 한국어 자막이 친절히 뜨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또한 이 게임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배를 타고 이동하거나 올리야와 만나는 장면 등에서 플레이어가 조작에 손을 놓고 멍하니 바라만 봐야 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는 점에 있다. 이를 통해 흔히 동양적인 것으로 대표되는 잠시 손을 놓고 쉬어가는 휴식과 여백의 미를 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시종일관 패러데이에게 증오의 감정을 품으며 그를 괴롭히는 악마의 배경과 행적에 대한 묘사가 조금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다. 패러데이와 올리야의 배경과 행적에 대해선 비교적 자세히 묘사되고 있어 그들의 이야기는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악마가 패러데이에게 원한을 지닌 것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설명이 부족해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Olija 손을 놓아야 하는 구간이 꽤 있다.
Olija 남녀가 눈이 맞으면?
Olija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가!

굵고 투박한 픽셀 그래픽으로 묘사된 오리엔탈 풍의 세계관은 꽤나 매력적이고, 전설의 작살과 여러 무기를 활용한 액션은 조작감과 타격감이 모두 뛰어나 좋은 재미를 선사하며 패러데이와 올리야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스토리의 완성도 또한 준수하다. 하지만 훌륭한 액션은 정작 발휘할 곳이 한정돼 있어 게임 내내 그 재미를 제대로 느끼긴 어렵고, 주연의 이야기가 탄탄한 데 반해 빌런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부실해 말끔하지 못한 티를 남긴다. 좋은 관점에서 보자면 거친 액션에 휴식과 여백의 미를 살린 여운이 남는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나쁜 관점에서 보자면 액션과 스토리에 있어 준비성은 뛰어났지만 미처 완벽하게 활용하진 못한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픽셀 그래픽의 게임을 선호하거나 오리엔탈 풍의 분위기가 취향인 게이머들, 그리고 액션과 스토리의 균형이 적당히 잡힌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이라면 한 번 쯤 플레이해 볼 가치는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Olija
Kutar'k 필자: Kut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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