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패킹 <Unpa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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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패킹

묘한 중독성의 이삿짐 배치 게임

감성적인 게임, 평점과 게이머들의 평가는!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처럼 여러 게임의 평점을 모아놓은 사이트를 둘러보다보면 감각적인 비주얼과 사운드,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따뜻한 내용을 담은 스토리로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게임이 대체로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게임이 다 그렇다고 섣불리 단언할 순 없겠지만, 대체로 감성 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은 예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 감동적인 서사라는 장점으로 짧은 플레이타임이나 게임 플레이 상의 결함,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의 스토리 등의 단점을 덮고 게임 웹진의 리뷰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게임 미디어나 웹진 등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감성적인 성향의 게임이 출시 이후 게이머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환영을 못 받는 경우가 썩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이에 대해서는 원인이 다양하게 나뉘는데, 게임에 준비된 컨텐츠가 적어 게임의 가격에 비해 플레이 타임이 짧아 좋지 않은 가성비가 언급되는가 하면 비주얼은 좋았으나 스토리가 너무 난해해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혹은 감성 그 자체에만 치중해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감성을 추구한 게임의 경우 리뷰어나 평론가 같은 게임 전문가의 평가와 일반 게이머의 평가가 크게 엇갈릴 때가 많다.

 바로 며칠 전에 출시된 이삿짐 정리 시뮬레이션 게임 언패킹(Unpacking) 또한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출시 전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에서 각각 84점과 82점을 기록하며 좋은 게임으로 인정받는가 했더니만, 아무래도 게임을 직접 즐긴 게이머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감성을 담은 게임이 대체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올드 맨드 저니(Old Man's Journey)]
반복되는 이사 속에 스며들고 배이는 추억의 향기. 언패킹(Unpacking)

언패킹: 기묘한 중독성을 가진 캐주얼 시뮬레이션

 언패킹은 방 안에 쌓여있는 이삿짐 상자에서 가구나 물건을 하나씩 꺼내 방 곳곳에 배치하고, 모든 이삿짐을 알맞은 위치에 배치해 방을 예쁘게 꾸며야 하는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보통 가구를 배치해 방을 꾸미는 게임은 시뮬레이터 계열의 게임이 대부분이었는데, 방의 크기가 작은 데다가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방에 물건과 가구를 배치하는 것 뿐이라 게임의 스케일은 작고 아기자기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밝은 색감의 픽셀 그래픽은 수많은 가구와 물건의 디테일을 잘 묘사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며, 느린 템포의 부드럽고 잔잔한 사운드트랙은 게임에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부여한다. 여기에 알맞은 곳에 가구와 물건을 배치하는 게임 플레이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노가다에 가까우면서도 사람을 노곤하게 만드는 기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의 가구 배치 솜씨에 따라 이쁜 비주얼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줄 수 있다.
묘하게 이런 단순 노동이 강한 중독성을 지닐 때가 있다. 이 게임 역시 그러하다.

이삿짐 배치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삿짐 상자에 담긴 가구와 물건을 하나씩 꺼내 적당한 지점에 놓고 이를 반복해 모든 짐을 꺼내 방 곳곳에 놓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이삿짐 상자를 풀어 모든 물건을 방에 배치하고 나면 잘못된 위치에 놓인 가구와 물건이 빨간 테두리로 표시되고, 그렇게 지적된 가구와 물건을 전부 바른 위치에 놓아야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다. 가구와 물건을 놓는 위치가 아주 엄격하진 않더라도 그다지 자유롭지만은 않은 셈인데, 각 물건을 아주 말이 안 될 만한 곳에 배치하지 않게끔 불가피한 제약을 걸어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구와 물건은 흔히들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 느낌 가는 대로 배치하다 보면 되기도 하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부엌에 있는 이삿짐 상자에 침실의 물건이 들어있는 식으로 이삿짐이 조금씩 섞여있기도 하고, 꺼내는 가구와 물건의 순서가 뒤죽박죽일 때도 종종 있어 은근히 이사의 현실 고증을 잘 살려낸 모습이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이삿짐을 풀어야 하는 방의 종류가 점차 늘어나고 그만큼 이삿짐의 종류도 조금씩 늘어난다. 맨 처음 단 하나의 방을 꾸미면 족했던 것이 앨범을 넘길 수록 거실과 침실, 주방, 화장실을 전부 꾸며줘야 하는 것이다. 배치해야 하는 가구와 물건의 개수가 늘어나는 데 반해 방에 크기가 한정적이다 보니 점점 공간의 부족을 통감하게 되고, 가구와 물건의 개수가 많아 방을 제대로 꾸미는 데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 나름 이사의 힘든 면을 잘 부각시키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게이머에 따라서는 살짝 지루함이나 답답함을 느낄 여지가 없진 않다. 여기에 일부 가구나 물건의 경우 어떤 물건인지 혹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헤맬 때가 종종 발생하는데, 물건과 가구에 간단한 설명을 추가해 그 명칭과 용도를 알려줬더라면 게임 진행이 한 층 수월했을 듯하다.

 

이삿짐 꾸리다보면 물건 섞이는 건 뭐 늘상 있는 일이니까,
그래도 엄연히 물건이 위치해야 할 제자리는 존재한다.
이따금씩 어디에 쓰이는지 파악이 안 되는 물건들이 있다. 설명이라도 좀 달아줬더라면...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누군가에게는 무미건조한

 언패킹의 스토리는 아무런 대사 없이 가구와 사물을 통해서만 간접적이고 은유적으로만 서술된다. 연도에 따라 늘어나는 방의 개수와 달라지는 방의 구성을 통해 주인공의 나이를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고, 이삿짐 상자에서 꺼내는 가구와 물건을 통해서는 주인공의 성별과 직업, 취향 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세월이 흐르고 방이 달라져도 같은 인형이나 서적 같은 물건은 그대로 가져가고 있는데, 같은 물건을 보고 주인공의 성격과 성향을 알아챌 수 있는가 하면 닳고 헤진 인형 같은 변화를 보이는 물건으로 세월의 흐름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는 흐름 자체가 주인공이 여러 번 거처를 옮겼음을 암시하고 있어 이사 경험이 많은 이들이라면 이삿짐을 풀어 가구와 물건을 배치하는 그 과정에서 강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다르게 보면 언팩킹이라는 게임은 여러 번 거주하는 방을 옮긴 경험이 있거나 어느 정도 인생을 겪어온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저 무미건조하게 이삿짐을 반복해서 풀기만 하는 단조로운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삿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가구와 사물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거나 특정 사물의 배치에 제약이 발생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게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개발사로써는 세월이 흐르고 흐르며 수많은 가구와 물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주인공의 추억을 따라갈 것을 의도한 듯하고, 이러한 의도가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의도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꼭 글자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세월이 흐르고 방이 달라져도 끝까지 따라가는 물건이 반드시 존재한다.
가구들을 잘 살펴보면 개발자의 나이와 성별, 성격이 어느 정도 묻어나온다.
결국은 아는 만큼 보이고 겪은 만큼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호불호는 있지만 완성도 높은 게임성이 만족을 가져다 줄 것

 밝고 화사한 픽셀 그래픽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잔잔하고도 편안한 사운드트랙은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것만 같다. 여기에 이삿짐 박스에 담긴 가구와 물건을 하나씩 꺼내 짐을 풀고 적절한 공간에 배치해 방을 꾸미는 게임 플레이는 정적이면서도 묘한 중독성이 있는 데다가 묘하게 실제 이사의 고증을 잘 살린 부분이 있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여러모로 방을 옮기는 이사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낸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플레이 타임이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로 짧아 컨텐츠가 부족한 감이 있고 별다른 설명 없이 방의 이동 및 가구와 물건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이고 은유적으로만 서술되는 스토리는 모두가 이해하고 납득하긴 어려워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게임성 측면의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니 편안하고 포근한 힐링 감성의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Kutar'k 필자: Kut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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