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 Virgo Versus The Zodi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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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 Virgo Versus The Zodiac

Virgo Versus The Zodiac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Virgo Versus The Zodiac)은 혼돈으로 가득한 우주의 질서를 잡고 황금 시대라 불리우던 우주의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악의 정화를 나선 처녀자리의 여왕 버고의 여정을 담은 JRPG 장르의 인디 게임이다. 특유의 픽셀 그래픽은 아기자기하고 깜찍하며, 은하계의 몽환적이면서도 웅장한 매력이 담긴 배경음악의 퀄리티가 대단히 뛰어나 게임을 마친 뒤에도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 정도다. 별자리와 소행성의 명칭에서 모티브를 채용한 캐릭터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특유의 개성으로 캐릭터의 매력이 상당하며, 세 가지 멀티 엔딩의 스토리 또한 그 완성도가 뛰어나다. 다만 QTE가 가미된 빠른 템포의 전투 시스템은 나름 신선한 구석이 없진 않으나, 전반적인 게임성은 고전적인 JRPG의 서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Virgo Versus The Zodiac 우주의 혼돈을 정화하는 츤데레 처녀자리 여왕님.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Virgo Versus The Zodiac)

주인공인 버고를 비롯해 게임 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은 모두 실존하는 별자리의 명칭에서 따왔는데, 단순히 명칭을 따온 것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생김새와 성격 또한 별자리의 특성과 설화 등을 일정 부분 채용하고 있다. 당장 처녀자리를 상징하는 주인공 버고는 질서와 순결을 강조하면서도 속은 다소 여려 처녀자리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두 번째 행성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타우르스는 머리에 황소 뿔을 두르고 있는 데다가 고집이 상당히 센 성격으로 한 눈에 봐도 황소자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 예쁘고 아름다운 캐릭터 일러스트와 더불어 각 캐릭터의 성격과 과거의 사연을 적절한 시점에 부드럽게 풀어내고 있어 각 캐릭터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다.

참고로 게임 상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 중 여성 캐릭터의 비율이 거의 8할에 달한다. 그렇다보니 주인공 커플인 버고와 파이시스를 비롯해 여성 캐릭터끼리의 백합 커플링이 상당히 자주 발견된다. 아주 노골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드러내는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사회적인 평등의 메세지를 강하게 내세우는 최근의 PC 성향의 동성애라기보단 90년대 여성향 순정 만화에서 종종 보이던 아름답고 순수한 느낌의 동성애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바로 앞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백합 커플링에 대한 개연성을 스토리 상에서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동성애에 대한 강한 거부감만 없다면 오히려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Virgo Versus The Zodiac 아리따운 외모와 별개로 별자리의 특성과 캐릭터의 성격이 매칭이 되는 부분이 많다.
Virgo Versus The Zodiac 여캐 비중이 무려 8할 이상에 달하는 게임. 그래선지 백합 커플링이 대단히 많다.
Virgo Versus The Zodiac 요즘같은 시대엔 오히려 이런 순수한 느낌의 동성애도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은 높은 밀도의 완성도 있는 스토리로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부드러운 전개를 보여주고, 적당한 타이밍에 각종 설정과 복선을 제기하고 회수하며 완급조절도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대체로 큰 의문 없이 스토리를 받아들이고 그만큼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중요 순간의 선택에 따라 분기가 갈리고 이에 따라 총 세 가지 엔딩을 감상할 수 있는데, 각 분기별로 다른 캐릭터들의 등장 타이밍이라던가 왕관 입수 시점, 최종 보스 상대 등이 크게 달라지고 이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 양상 또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각 분기마다 세심한 변화를 주고 있어 여리여리한 생김새의 캐릭터들만큼이나 섬세한 감성을 추구하는 게임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스토리의 텍스트가 길어 설명이 조금 많고 장면 전환이 느려 스토리의 템포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이것이 자동 저장을 지원하지 않아 매 순간마다 저장을 꼼꼼히 해야한다는 점과 안 좋은 방향으로 시너지를 일으켜 플레이어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은하계를 무대로 별자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이다보니 천문학이나 서양 점성술을 테마로 한 작품들을 많이 접하지 않았거나 이와 관련된 지식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까다로운 스토리가 될 여지도 없잖아 있다.

Virgo Versus The Zodiac 이 게임도 은근히 주인공이 셀프로 암을 유발하는 케이스.
Virgo Versus The Zodiac 주요 분기 이후 이야기의 진행 양상이 확연히 달라진다. 캐릭터의 등장 타이밍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QTE가 가미된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만의 전투는 턴제 방식치고는 빠른 템포로 진행돼 무난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군 캐릭터마다 근접, 원거리, 광역, 수비의 네 가지 스킬이 갖춰져있고, 플레이어가 설정한 장비에 따라 해당 슬롯에 다른 속성과 효과를 지닌 스킬을 활용하게 된다. 세 가지 속성별 상성이 존재해 이를 적절히 활용해 아군이 받는 데미지를 줄일 수도 있고 적에게 입히는 데미지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여기에 쉴드 개념의 순수를 채워 적의 공격을 받으면 카운터 공격으로 추가타를 입힐 수도 있고, 배정된 순서에 따라 각 캐릭터의 스킬을 활용해 아군의 대열을 바꿔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어 나름의 전략성까지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투를 치르다보면 머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은근히 발생한다.)

여기에 일부 강제 전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투는 심볼 인카운트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플레이어가 스스로 원하는 만큼 전투를 치를 수 있다. 고전 JRPG 게임들과는 다르게 한 번 맞닥뜨린 적들은 구역을 벗어났다 다시 진입해도 다시 리젠이 되진 않는데, 다행히 게임의 메인 기지의 역할을 하는 아카샤에서 블랙홀을 통해 한 번 상대했던 적들과 다시 싸울 수 있고 경험치와 자원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다. 이를 통해 노가다를 통한 성장과 파밍의 여건도 나름 갖춰두고 있는 셈이다.

단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에서만 활용되는 이색적인 네이밍의 스탯 명칭과 기술 명칭은 게임의 개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작명 센스로 볼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용어가 다소 생소해 각 스탯과 기술이 지닌 특성과 효과를 곧바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따라온다. 즉, 이 게임만의 일부 독특한 네이밍이 서사의 측면에 있어서는 별자리를 모티브로 한 게임의 컨셉에 충실해 게임의 색채를 한층 부각시킨다는 점으로 장점이 될 수 있으나, 게임플레이의 측면에 있어서는 익숙치 않은 용어로 인해 직관성이 다소 떨어지고 게임에 대한 이해를 늦춘다는 점으로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Virgo Versus The Zodiac 탄제 전투치곤 전투의 템포가 빠른 편이다. QTE 타이밍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고.
Virgo Versus The Zodiac 개성이라면 개성이겠다만, 스탯명과 기술명이 살짝 난해해 보이는 것도 사실
Virgo Versus The Zodiac 은근히 슈팅 미니 게임의 완성도가 괜찮다. 동방 시리즈 좀 해봤나,

그래도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제법 괜찮은 JRPG 장르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딱 하나 난이도의 측면에 있어 작지 않은 결함이 발견된다. 총 세 가지 난이도가 준비돼있는 게임인데 각 난이도 간의 격차가 생각보다 매우 크다. 쉬운 난이도인 '노 스트레스'의 경우 상성 관계를 적당히 고려하고 장비의 강화만 꾸준히 해준다면 그럭저럭 쉽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지만, 중간 난이도인 '조디악'과 어려운 난이도인 '마조히스트'의 경우 적들의 스펙이 급격히 올라가는 데다가 QTE의 타이밍까지 빡빡해져 게임을 풀어나가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따라서 갈수록 강해지는 적들의 스펙을 맞추기 위해선 블랙홀을 통한 파밍과 노가다가 강요된다. 그나마 파밍과 노가다야 JRPG의 장르적 특성이라고 퉁칠 순 있겠지만, QTE 타이밍을 빡세게 만들어 난이도를 조절하려 한 것은 아무래도 선을 좀 넘은 게 아닌가 싶다.

한편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은 고전 JRPG의 서식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나름의 준수한 게임성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고전적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편의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JRPG 장르의 태생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진 못하고 있다. 우선 자동 저장을 지원하지 않아 플레이어가 일일히 게임을 저장해야 한다는 점은 확실히 아쉬운 점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전투의 템포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스토리의 템포가 다소 늘어진다. 이렇다보니 총 세 가지 엔딩이 준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이브가 불편하고 이야기의 템포가 느리다보니 2회차 이상 플레이의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JRPG의 선천적인 한계에 해당하는 부분이자 여전히 JRPG가 주류로 올라서기 어려운 명확한 근거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Virgo Versus The Zodiac 높은 난이도라면 스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블랙홀 노가다가 살짝 강요된다.
Virgo Versus The Zodiac 난이도를 QTE 타이밍으로 조절한 건 선을 좀 넘지 않았나 싶다.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은 별자리에서 모티브를 채용한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이 빼어나고, 각 캐릭터의 사연을 충분히 서술하고 있는 데다가 세 가지 엔딩은 모두 설득력 있는 마무리를 보여줘 스토리의 완성도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세 가지 속성별 상성과 대열 변경, 추가 카운터 공격 그리고 QTE를 적절히 채용한 빠른 템포의 턴제 전투는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찌보면 고전 JRPG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임이고 그래서 극복하지 못한 태생적인 한계도 존재하긴 하나, 그만큼 JRPG 장르의 골격은 튼실히 갖췄고 별자리라는 컨셉의 포장을 통해 외관도 제법 아름답게 꾸민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보완할 구석이 없진 않아 명작 반열에까진 오르지 못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버고 버서스 더 조디악은 JRPG 장르를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수작 인디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Virgo Versus The Zodiac

Kutar'k 필자: Kut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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