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SF 어드벤처: 아트풀 이스케이프(The Artful E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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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SF 어드벤처: 아트풀 이스케이프(The Artful Escape)

■퀄리티 높은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다

게임과 음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당장 어떤 게임을 플레이할 때 게임 상에 아무런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썰렁하고 허전한 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훌륭한 음악을 보유한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음악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부각시키는 수준을 넘어 음악 자체만으로 게임의 완성도에 충분한 역할을 수행해내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물론 '음악은 좋았다'라는 말이 있듯이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세월이 흘러 게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채 그 좋은 음악만 남게 되는 달콤씁쓸한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아예 음악을 핵심으로 한 게임들이 종종 발견된다. 정확한 타이밍에 노트를 입력해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리듬 게임이 가장 대표적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음악의 예술적인 면에 집중한 게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런 부류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귀에 착 감기는 높은 퀄리티의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 음악에 어울리는 비주얼과 게임플레이로 마치 음악을 직접 파고들거나 떠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역시 몽환적인 팝 음악을 네온 색감의 그래픽과 레이싱 장르의 게임플레이로 풀어낸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Sayonara Wild Hearts)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의 퍼블리싱을 담당했던 Annapurna Interactive가 이번에는 화끈하고 짜릿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SF풍의 기묘한 비주얼과 한 뮤지션의 성장을 담은 스토리로 풀어낸 아트풀 이스케이프(The Artful Escape)를 공개했다. 이 게임 역시 높은 퀄리티의 음악과 더불어 그에 어울리는 게임성으로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The Artful Escape 네온 빛의 몽환적인 음악 위를 질주하는 듯한 게임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Sayonara Wild Heart)]
The Artful Escape 원대한 열망을 지닌 소년 아티스트의 예술적이고 위대한 대탈출극. 아트풀 이스케이프(Artful Escape)
■ 사이키델릭한 비주얼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포크송의 대가라 불리던 삼촌 존슨 벤데티의 뒤를 이어 뮤지션이 되기 위한 꿈을 품은 10대 소년 프랜시스 밴데티의 외계 우주를 넘나드는 여정을 담은 SF풍의 음악 어드벤처 게임이다. 특이한 외형을 지닌 외계 생명체로 가득한 드넓은 우주 속 여러 외계 행성의 멋드러진 경치를 담은 비주얼은 기괴함 보다는 기묘함에 좀 더 가까워 보이며, 짜릿한 일렉 기타 리프와 더불어 휘황찬란한 조명과 레이저가 난무하는 연출로 비주얼의 화려함을 한 층 더한다. 여기에 목가적이고 향토적인 느낌의 포크 송에서 급격히 빠른 박자와 강렬한 음색으로 대표되는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넘어가는 배경 음악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데다가 사이키델릭한 느낌의 비주얼과도 아주 잘 어우러진다. 한편 캐릭터들 간의 대화의 양상이 생뚱맞게 흘러가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이는 한국어 번역의 문제라기보단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기도 한 독특한 영역을 지닌 예술가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하다.

The Artful Escape 온갖 외계 생명체로 가득한 요지경 스페이스 판타지
The Artful Escape 포크송 유망주로 촉망받던 소년의 야심은?
The Artful Escape 예술가들의 감각이란 평범한 이들의 영역에서 벗어나있는 법이니까.
■단조로운 플레이가 장점? 단점이 될 수도

우선 아트풀 이스케이프의 게임플레이는 대략 플랫포머 구간과 버튼 액션 구간으로 구성돼있는데, 두 개의 구간 모두 플레이 방식이 단순하고 레벨 디자인이 다소 단조로우며 그만큼 난이도 또한 매우 쉬운 편에 속한다. 플랫포머 구간의 경우 주어진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점프로 절벽을 넘거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동선이 일직선으로 형성돼있는 데다가 레벨 디자인이 매우 단조로워 아주 원활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바로 아래 문단에서 후술하겠지만, 기타 연주에 따른 배경의 변화는 플랫포머 구간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리고 다섯 개의 버튼을 활용하는 버튼 액션 구간의 경우 상대방의 버튼 입력을 순서에 맞게 따라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박자를 맞출 필요 없이 오로지 순서만 지키면 되는 데다가 설령 순서가 어긋나도 얼마든지 다시 진행할 수 있어 아무런 페널티가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좋다. 여기에 상대가 제시하는 버튼 액션 역시 길어봐야 5개 정도로 짧아 높은 수준의 암기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음악 연주를 가장한 QTE 플레이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지경이다.

이렇듯 게임플레이의 측면으로만 놓고 보면 조작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레벨 디자인이 어렵게 짜여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음악이라는 소재를 독특한 게임플레이로 응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원만하고 부드러운 진행을 의도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게임플레이에 있어서는 별다른 완급조절이 없어 큰 재미를 불러일으키긴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는 곧 단조로운 게임플레이로 인해 게임이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The Artful Escape 플랫포머 구간 자체는 정말 무난하고 평이
The Artful Escape 버튼 액션 구간 역시 부담 없이
■화려한 연출과 비주얼로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

이렇듯 게임플레이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화려한 비주얼과 강렬한 연출은 요란스러운 기타 리프로 가득한 일렉트로닉 음악과 더불어 아트풀 이스케이프라는 게임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기묘한 외형을 지닌 외계 생명체들은 다소 낯설게 다가오면서도 신비로움을 품고 있어 크게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이런 기묘한 생명체로 가득한 외계 행성에서 프랜시스를 조종해 일렉 기타를 연주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의 기타 연주가 지나간 곳에는 항상 조명과 레이저가 내리쬐면서 잠들어 있던 외계 생명체들이 활짝 깨어나며 생기 넘치는 리액션을 보여준다. 이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렬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잠들어 있는 세상을 직접 깨워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끔 만든다.

여기에 코스믹 렁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때에는 이질적인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사이키델릭 특유의 몽롱하고 환각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드러낸다. 게임의 중반부에 접어들면 주인공 프랜시스의 의상을 새로 맞추게 되는데, 게임 상에 준비된 의상 소품들이 대부분 파격적인 것들이 많아 어떤 의상 소품을 입혀도 대개는 세기말 느낌의 개성 넘치는 복장이 완성되며 게임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에 완벽하게 일조한다. 그리고 이런 게임 전반을 가득 메우는 네온 색상과 외계 우주의 기묘한 광경, 그리고 조명과 레이저가 가득한 화려한 연출은 플레이어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The Artful Escape 기타 리프가 지나간 곳에는 항상 조명과 레이저가
The Artful Escape 무의식이 자신의 예술을 승화시키는 원동력이기도
The Artful Escape 원래는 초사이어인 코스츔을 맞추고 싶었지만...
■완성도 높은 스토리, 개성 넘치는 조연들

캐릭터와 스토리의 완성도 역시 제법 탄탄하다. 주인공 프랜시스는 전설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삼촌의 뒤를 이어 훌륭한 포크 송 가수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감이라는 현실과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되고자 하는 프랜시스 스스로의 열망이라는 이상 사이에서 끊임 없이 갈등하게 되고, 범우주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러한 갈등이 점차 심화된다. 불완전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자신의 실력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내면 한 구석의 불안함을 완벽히 숨기진 못하는 프랜시스의 이야기를 좋은 성우 연기와 더불어 시기적절하게 드러나는 상황 묘사와 연출을 통해 서술하고 있는 모습이다. 프랜시스가 우주로 나아가는 계기가 살짝 갑작스럽거나 생뚱맞기도 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발휘해 전 외계 우주의 스타로 올라서는 과정이 너무 순탄한 감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대체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진행된다.

여기에 좀과 라이트닝, 바이올레타 같은 조연들은 개성 넘치는 외모와 성격으로 각자만의 개성을 적극 드러내며, 최고의 뮤지션이 되기 위한 프랜시스의 여정을 적절히 서포트하며 제 몫을 무난히 수행해낸다. 그리고 프랜시스의 상대로 등장해 음악 연주 경쟁을 통해 화음을 만들어내는 외계 생명체들은 아스트랄한 생김새와 기묘한 성격으로 짧은 등장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가하면 게임 곳곳에 스토리의 깊이를 더하고 재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주요한 장면들이 배치돼있어 게임의 스토리를 곰곰이 곱씹어보기도 좋다. 이렇듯 외계 우주를 넘나드는 여정 끝에 어엿한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아트풀 이스케이프의 스토리는 다소 전형적이고 왕도적이면서도 충분한 개연성과 설득력을 확보하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The Artful Escape 이렇게 생긴 생명체가 꿈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The Artful Escape 외계를 누비는 프랜시스의 모험은 미리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가 게임플레이의 단순함을 커버

다시 말해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사춘기 소년의 고민을 담은 스토리와 더불어 화려한 연출과 강렬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가득한 퍼포먼스를 가볍고 간결한 게임플레이로 쉽고 캐주얼하게 풀어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아트풀 이스케이프의 주요 게임플레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포머와 버튼 액션 모두 플레이 자체는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로 게임플레이의 단순함으로 인해 생긴 허전함을 잘 채우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는 쉬운 난이도의 게임플레이를 통해 화려한 비주얼과 좋은 스토리를 편안하게 즐기도록 만든 개발자 측의 의도였을 지도 모른다. 제법 괜찮은 판단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단조로운 게임플레이로 인해 게임의 텐션이 떨어질 여지가 없진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이스 채널 5(Space Channel 5)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빠른 템포의 타이트한 버튼 액션 플레이를 도입하는 것도 나름 잘 어울렸을 것 같긴 하다.

The Artful Escape 심심한 게임플레이에 강렬한 연출과 깊은 내러티브
The Artful Escape 스페이스 채널 같은 리듬액션도 잘 어울릴지도
The Artful Escape 높은 이상의 구현으로 초라한 현실을 극복하는 결말은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언제나 큰 감동을 선사한다.
■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즐거움에 집중하고 싶다면!

아트풀 이스케이프는 사이키델릭 감성의 그래픽과 외계 우주의 코스믹하고 아스트랄한 비주얼, 화려한 연출과 요란한 기타 리프로 가득한 강렬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플레이어의 눈과 귀를 단박에 사로잡는 게임이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 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프랜시스의 여정을 담은 왕도적인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임이다. 즉,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 상황을 풀어나가는 게임플레이 측면의 재미보다는 화려한 비주얼과 강렬한 사운드를 통한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즐거움에 좀 더 집중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빠른 속도의 레이싱 플레이와 네온 색감의 화려한 그래픽, 감미롭고 몽환적인 팝 음악, 그리고 내면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스토리를 지닌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와는 유사한 점이 꽤 발견되면서도 서로 비교할 만한 부분이 많다. 어찌보면 독창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성향의 게임을 주로 퍼블리싱했던 안나푸르나 인터렉티브의 색채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인디 게임일 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보유한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인디 게임을 찾는 이들이라면 꽤나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The Artful Escape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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