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 (Meteorfall : Krumit's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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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 (Meteorfall : Krumit's Tale)

Meteorfall: Krumit's Tale

인디 게임 개발에 매진하는 개발자들의 수는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달하는 경력을 지닌 인디 게임 개발사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개발자들은 매번 다른 게임을 개발하며 자신의 역량을 다방면으로 키워나가기도 하고, 또 다른 일부 개발자들은 하나의 성공한 게임의 속편을 개발하며 이후에도 게임 개발을 이어나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도 한다. 그리고 드물게는 기존 게임의 속편을 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신들만의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며 보다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개발사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렇게 구축된 자신들만의 세계관 속에서 여러 게임을 제작하며 역사를 쌓아나가고, 이후에는 세계관 속 모든 게임들이 고루 관심을 받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 태어난지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은 메테오폴이라 불리는 세계관이 존재한다. 이미 첫 번째 작품인 메테오폴(Meteorfall)에서 메테오폴 세계관의 기반을 다졌고, 이번에 스팀을 통해 정식으로 출시된 두 번째 작품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Meteorfall : Krumit's Tale)을 통해서는 메테오폴 세계관의 높은 잠재력과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카드와 타일의 형태로 살아 숨쉬는 이 이색적인 세계관에 더욱 주목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Meteorfall: Krumit's Tale 하나의 완성된 세계관을 갖춰뒀다면 세계관 속 게임들이 전부 그 혜택을 볼 여지도 크다. [스팀월드 디그 2(Steamworld DIG 2)]
Meteorfall: Krumit's Tale 아홉 칸 보드판 위에 펼쳐진 덱빌딩 로그라이크의 새로운 해석.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Meteorfall : Krumit's Tale)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은 메테오폴 세계관의 두 번째 작품으로, 슬레이 더 스파이어(Slay the Spire) 이후 폭발적인 조명과 관심을 받고 있는 덱빌딩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의 또 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있는 게임이다.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시리즈를 보는 듯한 서양 카툰 풍의 일러스트와 온종일 게임의 무대가 되는 보드판을 든 채 게임의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나긋하게 전달하는 크루밋의 나레이션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각종 장비와 몬스터들이 그려진 타일이 오밀조밀 배치돼있는 3x3 사이즈의 보드판을 포함한 특유의 인터페이스는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독특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참고로 모바일로만 출시됐던 전작 메테오폴 또한 카드를 활용한 게임이었다. 화면 한 가운데 쌓여있는 카드 더미를 한 장씩 뒤집으며 행동을 결정하는 게임플레이는 레인즈(Reigns)와도 유사한 면이 없잖아 있다. 또한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몬스터들 대부분이 여기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메테오폴 세계관의 기반은 이미 이 첫 번째 작품에서 전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Meteorfall: Krumit's Tale 게임 화면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생각난다고 그러더라.
Meteorfall: Krumit's Tale 참고로 첫 번째 작품인 메테오폴(Meteorfall)도 카드 게임이었다. 다만 룰은 훨씬 단순했던 모양.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의 전투 구간은 9장의 타일이 깔린 보드판을 바탕으로 정해진 금액을 지불해 장비나 어빌리티 타일을 획득하고, 몬스터 타일을 직접 클릭(혹은 터치)한 뒤 해당 몬스터와 1:1 전투를 통해 몬스터 타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한 장의 타일이 제거되면 그 다음 타일이 제거된 타일이 있던 열의 위쪽에서 떨어져 내려온다. 게임에 활용되는 덱은 각종 장비와 포션, 어빌리티 타일로 구성된 캐릭터 타일 셋과 해당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포함된 몬스터 타일 셋으로 구성돼있으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해당 스테이지에 배정된 모든 몬스터 타일을 제거해야 한다.

이는 몇 장의 카드를 드로우해 정해진 마나 코스트에 맞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다수의 덱빌딩 게임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캐릭터의 현재 상태를 비롯한 게임의 모든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특유의 인터페이스는 상당한 수준의 직관성과 편의성을 자랑한다.

그래도 전반적인 게임의 흐름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기점으로 고정되다시피 한 덱빌딩 로그라이크의 전형적인 서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마친 이후 정비 구간을 통해 새로운 타일과 퍽을 획득하고, 상점을 통해 낮은 밸류의 타일을 제거하거나 새로운 타일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도 별다른 돌발 상황이나 특별한 미니 게임 없이 전투 구간과 정비 구간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그만큼 덱의 활용과 더불어 덱의 구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게임이고, 플레이어로써는 전투 구간에서 최고의 판단을 하는 것만큼 자신의 덱을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여야만 한다.

Meteorfall: Krumit's Tale 참 이질적이면서도 한 눈에 모든 상황이 파악되는 간결한 화면.
Meteorfall: Krumit's Tale 어찌보면 전투 구간보다도 더 신중하게 임해야 하는 정비 구간.

게임 화면은 단순하고 간결해 보이지만, 그에 반해 게임 상의 모든 수치들은 상당히 세심하게 책정되어 있다. 캐릭터의 공격력과 체력부터 각 몬스터의 공격력, 체력 및 특성, 각종 장비와 어빌리티 타일의 특성, 가격 및 효과 등 여러 수치들이 무엇 하나 아무렇게나 책정된 것이 없다. 덕분에 게임을 최대한 유리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선 매 상황마다 여러 수치들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로그라이크의 특성 상 매번 최적의 상황만을 기대할 순 없기 마련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9칸의 타일 중 7개 이상의 타일이 몬스터 타일로만 도배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정신을 차리고 계산만 잘 한다면 충분히 난관을 타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세심하고도 절묘한 수치 조절로 인한 것이라고 봐도 좋다.

단순히 수치 조절이 절묘한 것 뿐만 아니라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덱 밸류 향상의 재미 또한 상당하다. 다른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에 비해 새로운 타일을 획득하기도 쉽고 지니고 있던 타일을 제거하기도 쉬워 훨씬 유연하게 덱을 구성하고 운용해나갈 수 있다. 그만큼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고 난 뒤엔 원하는 방향으로 덱을 짤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여기에 덱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퍽이 받쳐준다면 폭발적인 시너지로 게임을 터트리다시피 할 수도 있다. 이것만 잘 활용한다면 일정 스테이지에 등장해 수십에 달하는 체력을 지니고 있으며 스테이지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페널티를 가하는 보스 몬스터도 어렵잖게 제압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유연한 덱구성으로 보다 쉽게 덱을 짜고 덱 밸류를 극대화하는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Meteorfall: Krumit's Tale 계산만 잘 하면 이런 상황도 얼마든지 타개할 수 있다.
Meteorfall: Krumit's Tale 잘만 고르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퍽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에는 각기 다른 직업의 다섯 가지 캐릭터가 존재하는데 첫 캐릭터인 브루노를 활용해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기다보면 다음 캐릭터인 그레이비어드가 해금되고, 이후 동일한 방식으로 다른 캐릭터들을 하나씩 해금해나갈 수 있다. 각 캐릭터들은 각자 다른 장비 타일과 어빌리티 타일을 획득하게 될 뿐만 아니라 직업의 특성도 판이하게 다르다보니 캐릭터가 바뀔 때마다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다이시 던전(Dicey Dungeons)과도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발견되지만, 어찌보면 게임 양상의 변화 폭은 이 쪽이 훨씬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전사 캐릭터인 브루노의 경우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버프 어빌리티의 도움을 받아 몬스터와의 1:1 전투를 핵심으로 하는, 다소 정직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게 된다. 그러던 것이 마법사 캐릭터인 그레이비어드에서는 얼음과 불이라는 상태이상과 각종 광역 마법, 그리고 마법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수단이 동원되면서 1:1 전투의 비중이 대폭 줄어든다. 그 다음 도적 캐릭터 미스치프는 독을 활용하는 트릭키한 전략과 더불어 같은 열에 하나의 몬스터만 있을 시 발동되는 고립 특성으로 인해 타일의 배치까지 꼼꼼히 신경써야만 한다. 그 밖에 강령술사 캐릭터인 멀도프는 하수인을 소환하고 키우는 것이 핵심이 되며,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 신캐릭터 로즈는 오염이라는 특수한 상태이상과 태세변환이라는 특성, 그리고 저주와 축복이라는 타일이 어우러져 기존의 다른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게 된다.

이렇다보니 같은 스테이지를 진행하더라도 캐릭터에 따라 요구되는 전략이 달라지고, 나아가 아예 다른 게임을 즐기는 건가 싶을 정도로 게임의 양상이 크게 뒤바뀌게 된다. 단순히 캐릭터의 능력치와 특성, 장비와 어빌리티에만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9칸의 보드판이라는 게임의 무대까지 적극 활용하며 전혀 다른 기믹의 게임플레이를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플레이어로써는 다른 캐릭터로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약간의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하긴 하지만, 게임의 모든 요소를 동원해 각 직업간의 차별화를 두고 그에 대한 적절한 밸런스와 재미를 갖춰뒀다는 점에 있어서는 단연 높은 평가를 줘도 전혀 아깝지 않다.

Meteorfall: Krumit's Tale 혼자서 즐기는 보드게임이 딱 이런 느낌일까.
Meteorfall: Krumit's Tale 타일 배치까지 신경써야 하는 미스치프. 그만큼 신경써야 할 게 많고, 그만큼 또 재밌다!
Meteorfall: Krumit's Tale 이 쯤 되면 사실상 포켓몬스터

다만 다이시 던전이 그러했듯,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 또한 깊이는 상대적으로 얕다. 다섯 캐릭터의 특성은 확연히 갈리나 각 캐릭터들에게 주어진 장비 타일과 어빌리티 타일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각 타일 간의 밸류 차이가 확연히 갈리기도 하고, 타일의 밸류 자체는 좋지만 이런저런 한계로 인해 제대로 써먹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때문에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뒤엔 덱의 구성이 어느 정도 획일화되는 경향이 없잖아 있고, 뉴 게임 +로 게임의 난이도를 올려서 플레이할 시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물론 이게 단점으로 지목된다는 건, 그만큼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으로써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이런 류의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숙명과도 같은 한계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 밖에 메테오폴 : 크루밋츠 테일의 문제점으로는 한국어 지원의 부재가 종종 지목되곤 한다. 한국인으로써는 반드시 거론될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기도 하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좋은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즐기지 못해 안타까움이 참 크다. 그나마 스토리의 비중이 매우 적은 편이기도 하고, 텍스트의 대부분은 이런저런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들이라면 적당히 눈치껏 이해할 수 있는 이른바 '게임 영어'가 많으니, 머리 쓰는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어떻게든 영어의 압박을 뚫고 게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언제라도 한국어 지원 소식이 들려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말이다.

Meteorfall: Krumit's Tale 연구의 여지가 적다는 게 아쉽긴 하다. 물론 이 정도 게임성만으로도 엄청나긴 하다만,
Meteorfall: Krumit's Tale 번역 페이지가 있던데, 여유가 되면 한 번 참여해볼까......

초록색 피부의 노인 크룸빗이 들고 있는 정사각형 보드판에 아이템과 어빌리티, 몬스터가 평등하게 오밀조밀 배치돼있는 광경만 놓고 보면 단연 덱빌딩 로그라이크 계열의 이단아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직관적이면서도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보다 가볍고 캐주얼한 게임을 추구하고 있으며, 매 상황을 주어진 타일과 적절한 판단을 통해 돌파해나가고 새로운 타일을 획득해 덱의 방향성을 갖추며 덱의 밸류를 끌어올리는 게임플레이는 덱빌딩 로그라이크의 본질을 귀신같이 살려내고 있다. 영어가 조금 부담될 순 있겠지만, 그 부담을 뚫고 즐길 만한 가치는 차고 넘친다. 덱빌딩 로그라이크의 매력을 잘 아는 이들이나 최소한 뇌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임이고, 나아가 덱빌딩 계열 게임의 입문작으로까지도 추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게임이다.

Meteorfall: Krumit's Tale

Kutar'k 필자: Kut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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