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기어' 오마주 잠입액션: 언메탈(UnMe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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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기어' 오마주 잠입액션: 언메탈(UnMetal)

■패러디 게임으로서 가진 매력

흔히들 패러디 게임이라고 하면 원작의 요소를 교묘하게 왜곡해 완전히 다른 재미를 창출해내거나 원작의 불합리나 부조리를 교묘하게 집어내며 웃기게 풍자하는 것을 당연한 미덕으로 삼곤 한다. 하지만 패러디라는 것은 반드시 원작이 존재해야 성립하기 마련이니 역설적이게도 패러디 게임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못하고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패러디 게임이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선 마땅히 원작에 대한 존중이 우선돼야 하기 마련이다. 원작의 저작권에 대한 법적이거나 도의적인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원작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받쳐지고 나서야 원작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우스꽝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원작에 대한 존중과 패러디 게임으로서의 재미 사이의 그 민감한 영역을 준수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해당 패러디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게임으로만 남을 뿐이고, 패러디 게임으로서의 개성이 떨어진다면 그저 아류로만 취급될 수도 있을 뿐더러 자칫하면 표절 시비로 이어질 여지도 없진 않기 때문이리라. 여기에 원작에 대한 풍자의 수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혹여나 그 수위 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아 막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원작의 주인과 팬들과도 시비가 붙을 여지도 다분하니 말이다.

패러디 게임의 정확한 기준을 딱 잘라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대신 패러디 게임의 훌륭한 모범 사례가 하나 있다면 앞으로 패러디 게임을 즐길 게이머들에게나 패러디 게임을 제작하려는 개발자들에게나 좋은 귀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마도 히데오 코지마의 메탈 기어(Metal Gear)의 패러디를 공공연하게 선언한 패기 넘치는 패러디 게임 언메탈(UnMetal)이라면 충분히 그런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UnMetal 패러디와 풍자로 가득한 게임이라 할 지라도, 원작에 대한 존중은 분명 중요하다. [DLC 퀘스트(DLC Quest)]
UnMetal 밀리터리 오타쿠는 최정예 특수 요원의 꿈을 꾸지 않는다. 언메탈(UnMetal)
■ '메탈기어'의 오마주를 표방한 잠입 액션

언메탈은 언에픽(unepic), 고스트 1.0(Ghost 1.0)의 개발사로 널리 알려진 unepic_fran의 신작으로, 무려 34년 전 MSX 콘솔을 통해 출시됐던 히데오 코지마 개발의 고전 게임 메탈 기어의 오마주를 표방한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의 장르는 당연히 탑뷰 시점의 잠입 액션임이며, 플레이어는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군사 기지로 끌려가 투옥당한 밀리터리 오타쿠 제시 폭스를 조종해 적들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다니며 군사 기지를 무사히 탈출해야 한다. 80년대 후반 비디오 게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듯한 2D 픽셀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특유의 조작감과 인터페이스로 메탈 기어 원작의 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온갖 패러디와 오마주로 가득한 게임이니만큼 스토리 역시 온갖 풍자와 개그, 드립으로 가득해 그 분위기가 상당히 가볍고 경박한 편이며, 스토리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한국어 번역도 아주 적절히 이루어진 모습이다.

UnMetal 메탈기어같은 메탈기어스러운 게임
UnMetal 히데오 코지마가 이 게임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원작과 차별화의 미묘한 지점에서 성공을 거두다

모름지기 패러디 게임이라고 하면 원작의 감성을 잘 살리는 것과 동시에 원작의 요소를 절묘하게 비틀어 뜻밖에 재미를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면서 원작에 대한 존중을 보여줘야 하고 그와 동시에 원작과는 살짝 다른 방향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원작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면 자칫 원작과 패러디 게임 양 측의 가치를 훼손하기 일쑤고, 그렇다고 원작에서 납득할 만한 방향성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저 원작을 흉내낸 아류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좋은 패러디 게임이 되기 위해선 원작에 대한 존중과 원작과의 차별화 사이의 미묘한 지점을 찾아 원작을 아는 이들과 원작을 모르는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 점에 있어 언메탈은 메탈 기어 원작에 대한 존중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개그와 드립을 바탕으로 한 코메디라는 원작과는 다른 노선을 내세우며 좋은 패러디 게임의 모범사례로 손꼽힐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언메탈의 주인공의 이름은 제시 폭스로, 원작을 아는 이들이라면 메탈 기어의 주요 인물인 그레이 폭스를 바로 떠올릴 법하다. 여기에 다른 인물과의 무전 장면을 비롯한 여러 장면들은 메탈 기어 원작의 주요 장면들을 그대로 구현해냈으며, 잠입과 암살을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역시 원작의 게임플레이를 거의 판박이다 싶을 만큼 근접하게 구현해낸 모습이다. 그 밖에 군사 기지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도리어 군사 기지의 깊숙한 곳으로 침투해 적 세력의 음모를 파악하고 이를 저지하게 되는 스토리와 플롯 역시 원작과 유사하다. 이는 그만큼 지금까지도 명작이라 꼽히는 메탈 기어 원작에 대한 개발사 측의 높은 이해도와 더불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근접하게 재현하고자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나온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UnMetal 이 친구는 제시 폭스. 원작의 등장인물은 그레이 폭스
UnMetal 메탈 기어 시리즈를 알고 있다면 익숙할 무전 통신 장면

여기까지만 보면 원작에 대한 존중은 충분하지만, 반대로 원작과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언메탈은 시종일관 조금도 그치지 않는 온갖 개그와 드립, 그리고 원작의 요소를 살짝 비틀어 왜곡하는 풍자로 원작과의 큰 차별화를 꽤한다. 언메탈의 스토리텔링과 게임의 전개는 철저히 주인공 제시 폭스의 회상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제시 폭스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인해 서술이 늘어지거나 번복되는 것이 그대로 게임 상의 연출로 이어지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를테면 각 챕터 초반부에는 제시 폭스의 언급에 따라 사물과 배경이 차례차례 깔리는가 하면, 중간중간 서술의 번복이나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일부 상황에서는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그대로 게임 오버로 이어지기도 해 은근히 선택지의 중요성이 큰 게임이기도 하다.

■개그와 드립, 패러디와 풍자의 매력

언메탈의 스토리에서 드러나는 개그와 드립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위기 상황마다 생뚱맞은 대책을 제시하고 그것이 또 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존의 상식을 제대로 뒤엎는 개그를 보여주기도 하고, 군대를 무대로 한 게임답게 상남자의 향기를 강하게 풍기는 거칠고 사나운 느낌의 대사가 가감없이 흘러나오며, 음담패설에 가까운 색드립이나 패드립 역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능수능란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패러디와 오마주를 표방한 게임이니만큼 메탈 기어 원작의 장면 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각종 유명 작품의 패러디와 풍자도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이렇듯 게임 내내 온갖 개그와 코메디 요소들이 쉴 틈 없이 등장하고, 그 패턴이 다양해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스토리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다만 주요 순간마다 스토리 서술이 꽤나 자주 등장해 게임의 템포를 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텐데,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크게 체감되는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패러디와 오마주가 핵심인 게임이기도 한 데다가 건너뛰기 기능이 아주 잘 갖춰져 있어 스토리 감상이 내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스킵이 가능하기도 하니 말이다.

UnMetal 흔한 아메리칸 상남자의 화끈한 멘트
UnMetal 이런 더러운 농담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UnMetal 상황 하나하나 그냥 가만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잠입과 전투만으로도 준수한 게임성과 재미

패러디와 오마주, 개그와 코메디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보니 살짝 간과하기 쉽지만, 언메탈은 순수 잠입 액션 게임으로써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게임성을 보유하고 있다. 일단 적들의 감시를 피해 다니며 그들에게 몰래 접근해 제압해야 하는 잠입 구간과 다양한 기믹과 패턴을 지닌 보스를 적절한 대처법과 컨트롤을 통해 물리쳐야 하는 전투 구간의 배분이 적절히 이루어져 있다. 이 잠입과 전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잠입 및 제압의 경우 적들을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한 데다가 적의 시야와 특성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어 나름의 전략성을 갖추고 있다. (적에게 들키지 않은 채로 적을 제압해야 경험치가 제공되다보니 기본적으로는 암살 플레이가 권장되기는 한다.) 또한 전투의 경우 각 보스들의 생김새와 기믹이 다르고 공격 패턴 역시 각기 달라 각 보스전마다 전혀 다른 감각으로 임하게 된다.

여기에 스토리를 감상하며 앞으로 해야할 일을 파악하고 획득한 단서와 물건을 알맞게 활용해 장치를 작동시키고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퍼즐 구간의 디자인 역시 나쁘지 않고 조작감도 제법 준수하다. 경험치를 획득하고 레벨을 올리는 과정에서 특성을 고르고, 이를 통해 게임을 한 층 쉽게 풀어나갈 수 있어 레벨 업을 통한 육성의 재미도 그럭저럭 갖추고 있다. 멀티 엔딩 같은 2회차 플레이 요소가 없긴 하지만 각 챕터마다 숨겨진 비밀 요소와 배지를 획득하고 조건을 달성해 해금하는 도전과제 등으로 추가 컨텐츠도 자잘하게 마련해두고 있다. 이렇듯 잠입 액션 게임으로써 갖춰야 할 요소들은 전부 갖춘 모습이고, 패러디와 오마쥬 이외에 잠입과 전투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UnMetal 잠입과 전투의 배분도 적절, 그 스릴과 긴박감도 좋은 편
UnMetal 각 보스마다 기믹과 패턴이 각기 다르다.
UnMetal 적들의 시야를 볼 수 있는 기능 정도는 추가돼도 좋았을 듯
■몇몇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다만 어디까지나 스토리에 좀 더 집중한 게임이니만큼 스토리 파트를 떼내면 게임의 플레이타임이 절반 이하로 확 줄어 상대적으로 게임플레이 쪽이 부실하게 느껴질 여지가 없진 않다. 여기에 80년대 후반에 출시된 고전 게임의 요소를 최대한 그대로 가져오고 했다보니 게임의 단점이나 한계 역시 원작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메탈 기어 원작과 언메탈 사이에 무려 34년이라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다보니 조작감과 편의성에 있어서는 마땅히 언메탈 쪽이 나을 순 있겠지만, 몇 가지 합리적이지 못하다 싶은 면이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감시병들이나 감시 카메라의 시야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 전혀 없어 오로지 감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시야 판정에 큰 문제가 있는 게임은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적들의 시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더라면 한 층 편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언메탈에는 총 네 가지 난이도가 존재하는데, 난이도 조절이 적의 공격 속도와 데미지를 올리는 선에서 그쳐 난이도 조절 방식이 다소 단순하고 고전적이라는 점도 아쉽다. 어차피 오마주와 패러디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니 도전과제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면 난이도를 낮춰서 플레이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말이다.

UnMetal 다소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난이도 조절.
UnMetal 스토리 지분이 더 크니 난이도를 낮춰 플레이해도 무방
■색다른 방향의 재미를 충분히 선보인 게임!

언메탈은 메탈 기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근접하게 살려 원작에 대한 존중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개그와 코메디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택하며 원작과는 다른 방향의 색다른 재미를 창출해낸 게임이다. 그야말로 개그와 코메디에 영혼을 팔았다고 봐도 될 만큼 온갖 드립으로 가득한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순수 잠입 액션 게임으로써도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 원작의 패러디와 오마주를 표방한 게임으로써는 이보다도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남다른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메탈 기어 원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들이나 뭐가 됐던 미칠 듯이 웃기는 코메디 게임, 혹은 병맛 게임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아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순수하게 잠입 액션 게임을 원하는 이들이라도 큰 후회는 남지 않을 만한 게임일 것이다.

UnMetal
Kutar'k 필자: Kut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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