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전투 방식과 수준 높은 음악 : 엔더 릴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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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전투 방식과 수준 높은 음악 : 엔더 릴리즈

■메트로베니아에 소울의 요소를 도입하다

메트로이드(Metroid)와 캐슬배니아(Castlevania)에서 유래된 메트로배니아와 다크 소울(Dark Soul) 시리즈에서 시작된 소울라이크. 이 둘은 게임의 그래픽과 시점에서부터 전반적인 게임의 구조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에 있어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지만, 조금만 깊게 파고 들어가보면 사실 이 둘의 궁합은 생각보다 매우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암울한 세계관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과 플레이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는 게임플레이, 수십번의 트라이를 요구하는 어려운 난이도의 보스전, 먼 곳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한 이동의 편의성 등, 은근히 서로 겹치는 부분이 꽤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인디 게임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도입하는 시도를 보여주었고, 그 중 몇몇 게임들은 제법 준수한 평가와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를테면 솔트 앤 생츄어리(Salt and Sanctuary)는 어둡고 스산한 배경과 더불어 스태미너를 활용하는 평타 위주의 전투, 험난한 레벨 디자인 등으로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적극 도입하며 높은 호응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솔트 앤 새크리파이스(Salt and Sacrifice)라는 이름의 후속작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블래스퍼머스(Blasphemous)는 메트로배니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임성에 중세 종교적인 느낌을 기괴하게 비튼 고딕 배경과 몬스터 디자인 등으로 소울라이크의 색채를 살짝 입히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렇듯 솔트 앤 생츄어리가 다소 소울라이크에 치우친 메트로배니아의 모습을 보여줬고 블래스퍼머스가 메트로배니아의 본질은 유지하되 소울라이크의 무늬를 입힌 모습을 보여줬다면, 오늘 소개할 메트로배니아 게임 엔더 릴리즈(Ender Lilies : Quietus of the Knights)는 메트로배니아에 소울의 요소를 적당히 도입한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 게임은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얼마만큼 도입했고, 이를 얼마나 신선하고 흥미롭게 도입했을까.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메트로배니아와 소울라이크의 궁합은 나쁘지 않은 편. [솔트 앤 생츄어리(Salt and Sanctuary)]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멸망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새하얀 희망의 백합꽃 한 송이. 엔더 릴리즈
■백무녀 릴리의 여정을 퀄리티 높은 사운드로 담아내다

엔더 릴리즈는 죽음의 비로 인해 모든 이들이 끔찍한 몰골로 타락해버린 왕국을 배경으로 타락한 이들을 정화하고 죽음의 비를 그치게 하기 위해 기사의 영혼들과 함께 왕국 곳곳을 탐험하는 백무녀 릴리의 여정을 담은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짙고 어두운 색감의 그래픽은 기괴한 생김새의 타락자로 가득해 폐허가 되어버린 왕국의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으며, 백무녀 자신이 직접 싸우는 대신 여러 기사의 영혼을 불러 전투를 치르는 광경이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유명 음악 제작 집단인 Mili 담당의 우아하고 잔잔하면서도 구슬픈 감정을 유발하는 사운드트랙은 퀄리티가 뛰어난 것을 넘어 게임의 여러 측면에 큰 영향을 끼치며 게임 전반을 장악한다. 그 밖에 한국어 번역은 군데군데 치명적인 오역이 눈에 띄긴 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만큼 무난한 편이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기사의 영혼을 사역마처럼 부리는 백무녀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다크 소울 시리즈가 생각나는 매커니즘과 스토리텔링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Mili의 높은 명성을 증명하는 뛰어난 음악. 특히 이 게임은 음악이 참 많은 역할을 해낸다.
■소울라이크 특유의 자유도, 하지만 불편한 미니맵

엔더 릴리즈는 메트로배니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탐험의 요소를 적절히 갖춘 게임이다. 전반적인 지도의 구조가 크게 복잡하진 않고 이동 스킬 획득에 따라 지나갈 수 있는 곳을 명확히 설정해두고 있어 스토리 상의 안내나 지시가 뚜렷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원활한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도중에 스토리 상의 지시가 사라지다시피 하는 순간이 있는데, 이 순간을 기점으로 여러 이동 스킬을 활용할 수 있어 이는 도리어 소울라이크 특유의 자유도의 영역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략 적당히 헤멜 만큼 헤메면서 진행이 가능한 게임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여기에 점프와 이동 스킬을 활용해 이전에 도달하지 못한 곳에 도달하거나 교묘하게 숨겨진 구역을 발견해 백무녀 릴리의 스펙을 올리거나 스토리 이해에 도움이 되는 여러 수집거리를 찾는 재미도 좋다.

다만 매트로배니아 게임에 필수라 할 수 있는 미니맵은 확실히 불편하다. 지도의 전체적인 구조와 플레이어의 현재 위치, 숨겨진 아이템의 유무 등이 표시돼있긴 하지만, 지형이 상세하게 그려져있지 않고 구역 간의 연결고리가 개략적으로만 표시돼있어 플레이어의 정확한 위치와 출구의 존재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점은 어디서든 체크포인트로 돌아가고 다른 체크포인트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보완하는 모습이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암기를 어느 정도 요구하는 구조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어디서나 귀환이 가능한 게 신의 한 수
■메인 스킬과 서브 스킬을 적절히 조합하여 콤보 공격으로 활용

메트로배니아의 또 다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투 또한 크게 흠 잡을 구석은 없다. 점프와 회피의 조작감과 그 성능이 무난하고 기사의 영혼을 사역마처럼 활용하는 스킬 기반의 전투는 평타를 활용한 다른 게임의 전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접하게 되는 일반 몬스터는 공격하기 전 준비 동작이 느리고 명확해 대처가 크게 어렵지 않고, 3페이즈로 나뉘는 보스전은 각 보스 고유의 느낌을 잘 살린 여러 패턴과 더불어 페이즈에 따른 완급 조절이 좋아 전투의 흥미를 잘 살리고 있다.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도입한 게임이긴 하지만 스태미너 시스템이 없다보니 공격과 회피에 큰 제약이 없고, 백무녀와 기사의 움직임이 빨라 전투의 템포는 빠른 편이라 할 수 있다.

엔더 릴리즈의 공격 스킬은 메인 스킬과 서브 스킬로 나뉘는데, 주요 보스를 정화할 시 획득하는 메인 스킬은 대체로 범위가 넓고 데미지가 준수한 데다가 강화의 효과를 크게 받아 거의 평타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활용도를 지닌다. 그에 반해 중간 보스급 몬스터를 정화할 시 획득하는 서브 스킬은 대개 일반 몬스터의 공격 패턴을 그대로 써먹는 것이 많은데, 스킬 사용 회수가 정해져있는 데다가 메인 스킬에 비해 효과가 좋은 편은 아니라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활용도는 다소 떨어진다. 어차피 이렇게 다양한 스킬이 준비된 게임의 특성 상 모든 스킬을 골고루 활용하기 어렵다는 숙명적인 한계가 존재하기도 하고, 일종의 수집의 의미라고 본다면 크게 문제를 제기할 부분은 아닐 듯하다. 그 밖에 적절한 스킬 조합을 통해 콤보 공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다만 공격 스킬을 활용할 때의 타격감이나 백무녀가 데미지를 받을 때의 피격감이 조금 떨어지는 편인데, 게임 상의 각 장소와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높은 퀄리티의 배경 음악이 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특히 보스전에서 이 점이 제대로 체감되는데, 타격감과 피격감이 부실해 느낌이 살지 않는 보스전을 보스의 페이즈 변화에 따른 음악의 변주를 통해 전투의 텐션을 끌어올린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공격 스킬의 박력은 확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음악은 중요한 보완 요소
■높은 퀄리티의 음악이 스토리의 슬픈 사연을 부각시킨다

죽음의 비로 인해 타락한 이들의 사연과 그들을 정화하는 백무녀의 신체 및 감정의 변화를 위주로 진행되는 엔더 릴리즈의 스토리는 대체로 이해하기 쉽고 몰입 또한 잘 되는 편이다. 백무녀 릴리가 타락자를 정화할 때 그들의 사연을 감상하게 되는데, 대체로 모든 타락자들의 사연은 타락이 막 진행되는 시점에서 각 타락자가 겪은 사건과 그로 인해 품게 된 감정을 타락자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죽음의 비로 인해 타락자들이 겪은 비극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곳곳에 놓여있는 노트를 통해 여러 타락자들의 사연과 타락으로 인해 멸망한 왕국의 이야기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비극 일색의 스토리를 중대한 사명을 지닌 백무녀 릴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타락자들의 사연을 통해 파편화된 이야기를 하나씩 모아나가는 방식으로 풀어낸 모습이고, 그 전달력과 완성도는 제법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허나 이야기의 서술이 보스전 전후와 스킬 획득 직후 등 딱 정해진 듯 예측하기 쉬운 타이밍에만 이루어지고 있어 스토리텔링이 살짝 경직된 감이 없잖아 있고, 타락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타락자들의 한탄으로 가득한 스토리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슬프게만 풀어내고 있어 조금은 억지스럽고 자극적인 신파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후반으로 갈 수록 스토리의 서술이 눈에 띄게 줄어 게임의 주요 설정인 오염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높은 퀄리티의 배경 음악이 스토리의 슬픈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어 플레이어의 몰입을 더하고, 세 가지 엔딩은 나름 깔끔하고 설득력 있는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어 산뜻한 뒷맛을 남긴다는 점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왕국의 절망과 비탄이 느껴지는 스토리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여기서 무조건 우셔야 합니다'?
■소울라이크 요소와 얼리엑세스가 주는 한계

한편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엔더 릴리즈는 게임에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적잖이 도입하고 있다. 휴식을 취할 시 일반 몬스터가 전부 부활한다는 점이나 중후반으로 접어들 수록 급격히 강해지는 일반 몬스터와 빡빡한 몬스터 배치, 그리고 타락한 영혼을 정화한다는 설정 등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이렇게 도입한 소울라이크의 요소들이 조금씩 어설프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후반으로 갈수록 일반 몬스터들이 급격히 강해지는 데다가 배치된 몬스터의 수도 많아 돌파가 매우 까다롭다. 소울라이크의 요소로 인해 게임의 전반적인 완급조절이 조금 엇나간 느낌인데, 메트로배니아에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그것을 메트로배니아의 특성에 맞게 접목했다기보단 소울라이크의 요소를 그대로 때려박은 것에 좀 더 가까워 아쉽게 다가온다.

게다가 한 차례 타락한 왕을 물리친 뒤 감상할 수 있는 B 엔딩 전후로 게임의 힘이 많이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B 엔딩 이후 진엔딩이라 할 수 있는 C 엔딩과 더불어 100% 수집을 목표로 할 때 문제점이 다수 발견된다. 우선 C엔딩과 100% 수집에는 2가지 스킬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2가지 스킬의 획득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떠한 단서나 암시가 없어 공략 없이 스스로 획득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심지어 사용 회수가 정해진 일반 스킬로 배정돼있어 스킬 사용이 까다롭기까지 하다. 여기에 제법 강력하고 까다로운 기존의 보스와는 다르게 최후의 보스인 '타락한 왕'은 위압감 넘치는 크기와 외형과는 다르게 움직임이 굼뜨고 패턴이 한정적이라 보스전 난이도가 허무할 정도로 쉽다. 스토리 상의 개연성으로 보면 지나칠 정도로 낮은 마지막 보스전의 난이도가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를 납득할 만한 스토리로 풀어냈어야 했을텐데 그러한 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는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컨텐츠 보강 및 개선의 부족 문제가 아닐까 싶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소울의 요소...조금 어설프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후반 가서 힘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맥 빠질 정도로 쉬운 최후의 보스전
■메트로베니아의 기본 이상을 갖춘 좋은 게임

엔더 릴리즈는 기사의 영혼을 사역마로 활용하는 독특한 전투 방식과 죽음의 비로 인해 타락한 이들을 정화하는 백무녀 릴리의 귀여운 외모로 그 매력을 내세우는 게임이다. 그러면서 강점과 약점이 뚜렷이 나뉘고, 그 약점을 강점으로 절묘하게 덮는 게임이기도 하다. 타격감의 부족과 경직된 스토리텔링은 뛰어난 사운드트랙으로 메꾸고, 불편한 미니맵은 자유로운 귀환과 텔레포트로 메꾸고 있다. 그러나 야심차게 도입한 소울의 요소들이 전부 애매하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채 결국 메트로배니아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고, 엔딩에 가까워질수록 게임의 힘이 급격히 떨어져 스토리와 게임플레이 모두 살짝 부실해진다는 점은 확실히 한계라 할 만하다.

그래도 멸망한 왕국의 비극적인 면을 내세운 스토리의 완성도와 몰입도는 결코 나쁘지 않으며, 점점 격렬한 패턴을 보이는 강력한 보스에게 다양한 스킬 조합과 적절한 컨트롤로 대항하는 전투의 재미는 뛰어나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며 획득한 이동 스킬을 활용해 이전에 가지 못했던 곳을 탐험하고 다양한 수집거리를 찾는 탐험의 재미 또한 잘 갖추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엔더 릴리즈는 메트로배니아의 기본 이상은 갖춘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특유의 암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NDER LILIES: Quietus of the Knights
Kutar'k 필자: Kut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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