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어드벤처: 스트레이(St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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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어드벤처: 스트레이(Stray)

■ 고양이 게임은 넘쳐나지만 '스트레이'의 강점은?

고양이는 분명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는 애완동물이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말썽을 일으키거나 인간의 상식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취하다 보니 떼껄룩이나 단또 같은 신조어 혹은 털바퀴라는 멸칭으로 불리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귀엽고 깜찍한 외모와 앙증맞고 잔망스러운 행동거지 덕분에 귀여움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멸종했을 동물로 취급받으며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상당수의 게임에 고양이가 등장하며 심지어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은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다. 아예 게임상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만을 모아놓은 트위터 계정까지 존재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들을 잘 살펴보면 실제 고양이의 모습에 근접하다기보단 고양이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경우가 많다. 둥글둥글한 얼굴에 작은 귀, 그리고 입 주변에 난 수염과 야옹거리는 울음소리만으로도 누구나 주인공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고양이라는 동물의 귀여움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 보니 고양이 게임은 대부분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캐주얼한 게임이 되기 마련이다. 이따금씩 고양이의 신비로움이나 영묘함을 강조한 공포 게임 같은 것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튼 고양이 게임의 대다수는 실제 고양이와 유사한 느낌의 세밀하고 정확한 묘사보다는 고양이라는 동물의 상징성에 집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고유의 행동과 습성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낸 게임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불과 저번 주에 출시된 고양이 게임 스트레이(Stray)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보면 정답은 이미 나와있는 걸지도 모른다.

Stray 사실 고양이가 주인공인 게임은 수도 없이 많다. 앞으로도 많을 것이고. [캣 고즈 피싱(Cat Goes Fishing)]
Stray 녹이 슨 세상을 바라보는 잔망스러운 시선. 스트레이(Stray)
■ 고양이와 사이버펑크의 만남

스트레이는 우연찮게 지하 깊숙히 떨어진 작은 고양이를 조종해 로봇으로 가득한 사이버펑크 지하 도시의 비밀을 파악하고 지상으로 무사히 탈출해야 하는 고양이 어드벤처 게임이다. 안나푸르나 인터렉티브가 퍼블리싱을 맡았다는 것과 더불어 고양이와 사이버펑크를 테마로 삼았다는 점으로 출시되기 수개월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디 게임으로, 특히 수많은 고양이 종들 중에서도 가장 고양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숏헤어 종을 내세운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사이버펑크 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고양이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로봇들의 외형은 물론이고 햇볓이 들지 않아 어둡고 녹이 잔뜩 슬어있는 사이버펑크 도시의 풍경을 묘사한 비주얼의 퀄리티는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여기에 고양이의 순진무구함과 영묘함, 그리고 사이버펑크 도시의 진중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느린 박자와 낮은 음색의 배경 음악 또한 일품이다.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Stray 사이버펑크 세상을 묘사한 압도적인 비주얼
■ 고양이에게 영혼을 실은 장신 정신?!

우선 스트레이는 주인공인 고양이에게 그야말로 영혼을 실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이에서 보게 되는 고양이의 생김새와 행동은 현실에 존재하는 고양이와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정교하고 세밀하게 구현돼있다. 누런 빛깔의 짧은 털을 지닌 숏헤어 종의 고양이는 미묘라 불릴 만큼 너무 예쁘진 않아 길고양이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데, 도리어 이 점이 거칠고 삭막한 사이버펑크 도시의 풍경과 어우러져 플레이어의 애착을 자극한다. 여기에 자신의 몸집보다 높은 곳을 훌쩍 뛰어올라가는 유연한 움직임은 물론이고 벽이나 바닥을 마구 긁어대는 스크래칭이나 자신의 몸을 햝는 그루밍, 그리고 몸을 비벼 호감을 표현하는 등의 습성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냈다.

지금껏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이 수없이 많이 나왔고 앞으로도 많이 나올 테지만, 이 게임만큼 고양이의 외모와 행동을 정확히 구현해낸 게임은 찾기 힘들다. 그런 만큼 스트레이라는 게임이 보여주는 고양이에 대한 묘사는 어떠한 긍정적인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만큼 훌륭하고, 고양이를 직접 키우거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 점만으로도 충분히 이 게임을 플레이할 동기가 될 수 있을 정도다. 극단적으로 말해 스트레이라는 게임이 지닌 매력의 7-8할은 고양이의 생김새와 습성을 실제 고양이에 가깝게 묘사한 점에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실제에 가까운 고양이 묘사에 대한 개발진들의 집념과 열정 또한 장인 정신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고양이의 모든 것이 그대로
Stray 놀이판 엎는 모습이 아주 잔망스럽다
Stray 이 게임이 지닌 매력의 7-8할은 고양이에게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 사이버펑크 도시의 풍경 또한 굿!

사이버펑크 도시의 풍경 또한 주목할 만하다. 햇볓이 전혀 들지 않아 어둡고 삭막하며 군데군데 녹이 슬거나 부식돼있는 도시의 풍경, 그리고 인류를 멸망시킨 바이러스와 로봇에게 위해를 가하는 괴생명체 저크로 인해 구역이 나뉘고 계층이 갈린 지하 세계의 사회상은 제법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나 지하 세계의 최하층에 위치해있어 슬럼가에 해당하는 데드 시티의 경우 홍콩의 빈민가로 유명했던 구룡성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실제로 쓰레기와 낙서로 가득한 건물 외부와 온갖 잡동사니로 어질러진 건물 내부, 그리고 데드 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로봇들의 초라한 행색을 보면 구룡성채와 유사한 점이 꽤나 많이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게임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로봇들은 가족 관계로 맺어져있거나 자신의 감정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등 의지를 지닌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런 로봇의 행동이나 감정 변화가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꽤나 신기하다.

처음엔 HK 프로젝트로 불렸다. 홍콩을 의식
Stray 로봇들 말하는 게 꼭 사람 같다.
■ 게임 디자인과 탐험 요소 등은 아쉬운 점...

다만 유감스럽게도 게임 디자인이 좋은 게임이라고 보긴 좀 어렵다. 일단 게임 초반부에는 필수 조작을 알려주는 약간의 튜토리얼과 더불어 고양이가 가야 할 길을 어두운 배경에 잘 어울리는 화살표 간판을 통해 감각적으로 알려줘 크게 헤매는 일 없이 무난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버펑크 도시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슬럼가에 진입한 시점에서부터 게임 진행을 위한 지시와 단서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게임이 난해해지기 시작한다. 멸망한 인류의 자리를 로봇들이 채웠다는 설정 때문인지 도시에는 온통 고유의 언어로 가득해 주요 장소를 곧바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고양이와 함께하는 로봇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직면하면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머리를 긁적이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직접 고양이를 조종해 이리저리 둘러보고 이것저것 건드려보는 수밖엔 없다. 아마도 고양이가 등장하는 다른 매체에서 고양이가 일으킨 말썽이 우연찮게 상황을 해결하는 경우가 드물잖게 있다보니 개발진들 또한 이걸 의도한 게 아닐까 싶지만,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그저 답답하게만 다가올 여지가 다분하다.

전반적인 게임의 진행 방식 또한 조금은 단조로운 감이 있다. 중간중간 고양이를 쫓아오는 저크 무리를 피해 다니거나 처치하는 도주 구간이나 센티넬의 시야를 파악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잠입 구간이 있긴 하지만, 게임의 절반 이상은 넓은 구역을 뛰어다니거나 높은 지점으로 뛰어오르는 것에 할애돼있는 양상이다. 도시의 규모가 제법 큰 편인데, 악보나 배지, 그리고 B-12의 기억 같은 수집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만큼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곳도 많아 탐험의 여지가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양이의 외모와 습성은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지만, 아쉽게도 고양이의 모든 특성을 게임 플레이로 녹여내진 못한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비좁은 구역을 능숙하게 지나다니거나 감정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울음소리 등을 게임 플레이에 활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초반에는 이래저래 게임 디자인에 공을 들인 흔적이...
Stray 절대 떨어질 일은 없는 야마카시를 즐기는 느낌
Stray 고양이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본다는 게 딱 이런 느낌일지도
■ 무난한 전개의 스토리 다만...

한편 지하 도시에 떨어진 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굳게 닫힌 지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문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소형 드론 B-12와 슬럼가 로봇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는 대체로 무난한 전개를 보인다. 로봇에게 해를 끼치는 저크 무리로 인해 도시의 고저차에 따라 구역이 나뉘고 출신에 따라 억압과 차별이 발생하는 도시의 사회상, 그리고 인류가 전부 사라져 그 자리를 인간형 로봇이 대신 채웠지만 나름의 의지와 감정을 갖고 문화를 발전시키며 점점 인간과 닮아가는 로봇 인간들의 변화 과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자유를 위해 억압과 차별로 가득한 도시를 떠나고자 애쓰는 로봇들의 이야기는 사이버펑크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에서 흔히 다루던 소재이긴 해도 여전히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후술할 이유로 인해 게임의 배경이나 설정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불완전한 감이 없잖아 있는데, 이로 인해 스토리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떨어질 여지는 있다.

이 세계에서도 계층은 나뉘고 갈등은 발생한다.
Stray 로봇은 로봇인데 가족이 존재하고 감정도 다 느낀다
■ 고양이의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빛을 발하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이 있는데, 이 게임은 게임의 주인공과 스토리의 주연이 명확히 나뉜다. 다시 말해 게임을 직접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자 플레이어의 아바타는 분명 고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가 스토리상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진 않는다. 오히려 스토리의 핵심은 자유를 찾아 바깥세상으로 떠나기를 갈망하는 로봇들과 더불어 고양이의 탈출을 돕는 과정에서 기억의 조각을 획득할 때마다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B-12에게 있다고 봐도 좋다. 어떻게 보면 고양이는 그저 자신을 탈출을 위해 B-12와 로봇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조력자이자 방관자의 포지션에 위치해있을 뿐이다. 즉, 이 게임을 시점으로 언급하자면 직접 스토리의 핵심에 뛰어들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객관적인 입장에서 스토리의 흐름을 관조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에 더 가까운 셈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진작부터 소설을 포함한 다른 매체에서 종종 활용되던 서술 방식이긴 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하는 게임이라는 매체에 고양이라는 동물을 매개로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활용한 시도는 굉장히 참신하게 다가온다. 다만 자칫하면 게임의 서사와 게임 플레이가 서로 어우러지지 않을 수 있어 위험한 서술 방식일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도 스트레이에서는 고양이가 게임 플레이의 중심을 잘 잡아나가는 데다가 적절한 지점에서 스토리의 주도권을 주고받아 서사와 게임 플레이의 균형이 그럭저럭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는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기에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고양이의 외모와 습성을 구현한 것을 넘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그저 고양이일 뿐
Stray 오히려 스토리상의 비중은 이 초소형 친구가 더 많다
Stray 일종의 방관자로서 거리를 둔 채 스토리를 바라보는 구도. 꽤나 이질적이면서도 균형이 그럭저럭 잘 맞아 매력적이다.

스트레이는 아무것도 모를 것만 같은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잔망스럽기 그지없는 행동, 그리고 높은 곳을 자유자재로 뛰어오르며 몸을 비비거나 벽을 긁는 등 고양이의 외모와 특성을 그 어떤 게임보다도 가장 잘 반영한 게임이며, 동시에 순수히 고양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이버펑크 세상을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고양이라는 동물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또 활용한 게임이라고 봐도 좋다. 여기에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우울한 사이버펑크 도시의 풍경을 담은 비주얼 또한 장관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게임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게이머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로봇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와 더불어 이를 철저히 고양이의 시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은 매우 돋보인다. 개인적으로는 2022년 GOTY 반열에 올릴 수 있을 만큼 높게 평가하는 게임이고, 고양이 애호가라면 반드시 플레이해야 할 게임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게임이다.

Stray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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