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는 벌레들: 벅스낙스(Bugsn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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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벌레들: 벅스낙스(Bugsnax)

동심을 소재로 한 게임이란 게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어린이의 상상력을 그대로 빼다박은 게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내세운 게임, 어렵고 복잡한 과정 없이 한번에 바로 익숙해질 수 있는 게임, 원초적이면서도 적절한 수위를 지킨 게임, 그리고 그러면서도 본연의 재미를 잘 살린 게임. 이런 게임이야말로 어린이의 순수함을 잘 간직하면서 유의미한 재미를 창출해낸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런 게임들은 어린 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흠뻑 빠져 즐기곤 한다. 그렇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수작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론과 현실이 다르듯 이상적인 동심의 요소를 의도했던 대로 게임에 녹여내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인정을 받기란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심의 미덕을 잘 지키면서 즐거움을 선사한 게임은 언제나 나오는 법이다. 그런 점에 있어 오늘 소개할 벅스낙스(Bugsnax) 또한 동심의 미덕을 잘 지킨 게임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을 듯하다.

Bugsnax 동심이란 게 참 별거 없다. 일단 단순하고 즐거우면 되니까. [이름 없는 거위 게임(Untitled Goose Game)]
Bugsnax 놀러와요. 입맛을 당기는 간식벌레의 섬으로, 벅스낙스(Bugsnax)
■ 기묘한 벌레 '벅스낙스'로 가득한 섬에서 즐기는 어드벤처

벅스낙스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8년 전 어설프게 인간 흉내를 내는 병맛 문어 게임으로 유명한 옥토대드(Octodad)의 개발사 Young Horses의 차기작으로, 온갖 먹거리 모양을 띈 기묘한 벌레 벅스낙스로 가득한 스낵투스 섬에서 각종 벅스낙스를 채집하고 섬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럼푸스들을 섬 중심부의 마을로 데려와야 하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반은 벌레에 반은 먹거리 모양을 한 버그스낵스와 털이 수북한 그럼푸스, 그리고 다양한 기후와 환경을 지닌 스낵투스 섬의 풍경 등, 특유의 비주얼은 상당히 가볍고 명랑하다. 여기에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사운드트랙이 게임의 가벼운 분위기에 잘 녹아들며, 특히나 영국의 유명 인디 밴드 Kero Kero Bonito가 직접 부른 주제가 It's Bugsnax는 귀에 착 감길 만큼 그 퀄리티가 상당하다.

한편 벅스낙스는 한국어를 지원하는데, 단어 사용이나 대화 맥락에 있어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군데군데 존재해 유감스럽게도 한국어 번역의 퀄리티는 조금 아쉬운 편이다. 게다가 원문 특유의 아기자기한 폰트와 텍스트 이미지 역시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다소 밋밋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게임의 진행 방법이나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나름 참고 즐길 만은 하다.

연체 동물이 인간 흉내를 내더니 그만 으븝 [옥토대드(Octodad)]
Bugsnax 전작에 비하면 다소 진지해졌다.
Bugsnax 여담으로 Kero Kero Bonita가 부른 주제곡이 정말 좋다.
■ 먹거리 모양과 울음소리의 각양각색 '벅스낙스'가 매력적!

벅스낙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단연 먹거리 모양을 띈 벌레 벅스낙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딸기나 체리, 오렌지 같은 과일에서부터 햄버거, 쿠키 같은 간식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모티브로 한 벅스낙스가 존재하는데, 대개 모티브가 되는 먹거리에 동그란 눈알과 짧고 굵은 다리, 혹은 날개를 달아놓은 형국이라 무식하다 싶을 만큼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이를테면 게임에서 가장 처음 만나고 채집하게 되는 '딸기진디'라는 벅스낙스는 빨간 딸기 열매에 눈알과 다리만 달아놓은 수준이라 척 봐도 딸기를 모티브로 한 벌레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스낵투스 섬에는 무려 100여 종의 벅스낙스가 존재하는데, 모든 벅스낙스의 생김새가 전부 이런 식이다.

벅스낙스의 울음소리 역시 언급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벅스낙스의 울음소리는 모티브가 되는 음식의 이름을 그대로 읊어대는 수준이라 생김새 만큼이나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이를테면 게임 초반부에 만나게 되는 벅스낙스인 딱정버거의 울음소리는 '벙거~ 벙거벙거~ 벙거~'라 딱 들어도 햄버거 벌레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묘하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울음소리로 삼는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한데,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모든 벅스낙스의 울음소리 역시 전부 이런 식이다.

정말이지 세 살 짜리 어린아이가 할 법한 상상을 그대로 게임으로 옮겨온 듯한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광경이라 벅스낙스의 생김새와 울음소리를 가만히 보고 듣다보면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런 걸 보면 동심을 게임으로 만든다는 게 그렇게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별 다른 가공 없이 그대로 옮겨오면 될테니 말이다.

딸기처럼 생긴 딸기진디는 딸기~ 딸기~ 하고 울어요.
Bugsnax 세 살배기 어린아이 스케치북에 있을 법한 생김새.
■ 다양한 '벅스낙스'의 생태계도 흥미롭다!

스낵투스 섬에 존재하는 100여 종의 벅스낙스는 생김새와 울음소리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특성도 전부 다르다. 각 개체마다 움직이는 영역이 지상, 수중, 공중으로 각자 다르고, 몸뚱이의 크기와 움직이는 속도도 제각각이며, 다가갔을 때 피해서 숨거나 저돌적으로 부딪혀오는 등 성향도 각자 다르다. 여기에 특정 시간에만 나타나는 벅스낙스가 존재해 시간을 타기도 하고, 몸에 불꽃이나 얼음을 두르고 있거나 강한 자극을 받으면 몸뚱이가 분리돼 다른 개체로 변하기까지 하는 등 고유의 특징을 지닌 경우도 많다. 자연스레 벅스낙스를 채집하기 위한 접근법 역시 개체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덫만 설치하면 쉽게 잡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아예 레이드에 가까운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나서야 잡히는 녀석도 존재한다. 따라서 벅스낙스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스캔을 통해 벅스낙스의 특성을 파악하고, 보유한 도구와 소스, 주변 지형지물 등을 어떤식으로 활용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재미 포인트가 된다.

흥미로운 건 스낵투스 섬의 각 구역마다 기후와 환경이 달라 거주하는 벅스낙스가 다른데, 해당 구역에 거주하는 여러 종의 벅스낙스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는 점이다. 특정 벅스낙스끼리는 서로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는 등 일종의 상성 관계가 존재하고, 상성 관계의 두 벅스낙스가 만나면 서로 부딪히면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나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오는 저돌적인 벅스낙스가 어느 순간 다른 버그스낵스와 엮여 투닥거리다 혼자서 나가떨어지는 상황도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자연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자주 볼 법한 야생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것만 같아 상당히 흥미롭다.

100여종의 버그스낵스 마다 특성이 전혀 다르다.
Bugsnax 지들끼리 싸우다가 벌러덩 드러눕기도 한다.
■ 털복숭이 '그럼푸스'의 기묘한 변화도 재미있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선 벅스낙스를 채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섬에 거주하고 있는 그럼푸스들을 마을로 데려오고, 그들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 짜리몽땅한 몸체에 털이 수북한 그럼푸스의 생김새는 나름 깜찍하면서도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데 반해, 입이 좀 거친 데다가 성격 또한 되바라지고 잔망스러운 캐릭터가 많아 묘하게 매력적이다. 각 구역에 뿔뿔이 흩어져있는 그럼푸스를 마을로 데려오기 위해선 그들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고, 그 부탁이라는 것들 대다수가 특정 벅스낙스를 잡아오는 것이니 결국 게임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벅스낙스 채집에 있는 셈이다.

각 그럼푸스에게는 채집한 벅스낙스를 먹일 수 있다. 그리고 벅스낙스를 먹은 그럼푸스는 섭취한 벅스낙스의 종류에 따라 팔다리에서부터 몸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에 기묘한 변화가 발생한다. 나중에 가면 해당 그럼푸스에게 먹인 벅스낙스의 종류에 따라 그럼푸스의 생김새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식으로 모든 그럼푸스의 생김새를 바꿔줄 수 있다. 털복숭이 그럼푸스가 점차 벅스낙스처럼 변하는 광경이 누군가에게는 깜찍하게 다가올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기괴하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일종의 커스터마이징이라 생각하면 이 또한 깨알 같은 재미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을지도?!
Bugsnax 딸기 벌레를 먹였더니 몸이 딸기처럼 되어버렸다.
Bugsnax 유감스럽게도 다들 한 성질 한다.
■ 덜렁+허술한 듯 하지만 독특하며 흥미로운 게임성

한편 벅스낙스의 스토리는 스낵투스 섬을 탐험하던 도중 실종된 리즈버트와 에거본에 대한 단서를 찾고, 마을에 모인 그럼푸스들의 화합을 다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을에 거주하는 그럼푸스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해 각 그럼푸스 간의 관계 또한 명확하게 갈린다. 서로 안 맞는 그럼푸스끼리는 시종일관 반복하며 갈등을 빚는 반면, 우호적인 그럼푸스끼리는 끝까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우호적인 관계의 경우 동성애를 나타내는 듯한 연출이 은연중에 드러나 LGBT의 요소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민감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럼푸스라는 종족이 딱히 성별이 나뉘는 것도 아니고 게임 상에 노골적인 묘사가 드러나진 않아 대체로 LGBT 요소가 스토리 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편이다. 극단적인 거부감만 없다면 무난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다.

이렇듯 스토리 중반까지는 그럼푸스끼리의 우호 및 갈등 관계의 비중이 높아 대체로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흘러간다. 물론 중간중간 실종된 리즈버트와 에거본에 대한 이야기가 그럼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벅스낙스에 대한 진실을 조금씩 밝히면서 천천히 복선을 심어두긴 한다. 그러던 것이 리즈버트와 에거본의 행방이 완전히 드러나는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게임의 분위기가 급격히 심각해지고 누군가에게는 호러로 다가올 수 있을 만큼 소름 끼치는 광경이 펼쳐진다. 조금은 갑작스러울 수 있지만 스토리 전반에 이에 대한 복선과 떡밥을 잘 심어둔 덕에 무리수라 느껴질 만큼 개연성이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 스토리가 조금은 덜렁거리고 허술한 면이 없잖아 있긴 해도 벅스낙스를 채집하는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게임성을 뒷받침해줄 정도의 완성도는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별이 없는 친구들을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Bugsnax 조금은 갑작스럽게 무거워지고 기괴해지는 결말.
■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만한 게임!

벅스낙스는 순수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 굉장한 재미를 창출해낸 이상적인 게임이다. 음식 모양을 한 벅스낙스의 생김새와 울음소리는 지극히 단순무식하면서도 직관성이 뛰어나 금방 익숙해지게 되며, 벅스낙스의 특성을 꼼꼼히 파악하고 채집을 위해 각종 도구와 소스, 지형지물을 총동원하는 재미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여기에 채집한 벅스낙스를 그럼푸스에게 먹여 취향껏 그럼푸스의 외형을 바꿔주는 재미도 쏠쏠하고, 행방이 묘연한 그럼푸스를 찾으며 벅스낙스와 스낵투스 섬에 담긴 비밀에 한층 다가서는 스토리의 완성도 역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사냥하고 수집하는 그 원초적인 재미에 충실한 게임이고, 벌레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특히나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만한 게임을 찾는 이들이라면 벅스낙스야말로 가장 제격인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Bugsnax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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