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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캡 <Neo Cab>

타이틀:
개발:
퍼블리셔:
가격:
15,500원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Neo Cab

2019년 하반기 현재 수많은 기대작들 중에서도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한다면 바로 CDPR의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위쳐 시리즈를 개발한 개발사의 신작인데다가 키아누 리브스의 등장으로 게이머들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리라 본다. 허나 꼭 사이버펑크 2077이 아니라도 많은 것이 기계로 대체되며 첨단 자동화 기술의 혜택을 누릴 것만 같은 사이버펑크는 게임이라는 매체에 있어서도 매력적인 소재일 것이다.

비록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해도, 그 곳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각자가 지닌 깊은 사연과 고민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기계나 로봇으로 인한 고민이라던가, 그로 인해 뒤바뀐 인생에 관한 고민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는 이미 술집 바텐더의 입장에서 사이버펑크 세계관 속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임, 발할라 : 사이버펑크 바텐더 액션(VA-11 Hall-A : Cyberpunk Bartender Action)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른 직업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이버펑크 세상은 어떤 고민을 지니고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자. 택시 기사가 되어 사이버펑크 세상 속에서의 삶을 이어나가는 게임, 네오 캡(Neo Cab)을 플레이해볼 시간이다.

Neo Cab 먼 미래에도 사람 냄새는 남아있는 법. [발할라 : 사이버펑크 바텐더 액션(Va-11 Hall-A : Cyberpunk Bartender Action)]
Neo Cab 삭막한 사이버펑크 도시 속의 유일한 인간성. 네오 캡(Neo Cab)

네오 캡은 모든 것이 자동화 기계로 대체된 삭막한 사이버펑크 도시 속에서 최후의 인간 택시 기사인 리나가 되어 승객들을 태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이다. 택시 운전을 통해 하루하루 먹고 살 돈을 벌고, 지속적으로 택시 기사 일을 할 수 있도록 승객들의 별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와 동시에 행방이 묘연해진 친구 세비를 찾기 위해 그녀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택시 운전사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지만 매 순간마다 경로를 찍어주기만 할 뿐 택시를 직접 운전하지는 않는다. 대신 승객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올바르게 이끌어나가는 비주얼 노벨 식의 게임플레이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과 소통하며 상담사의 역할을 겸하는 게임플레이는 자연스레 발할라 : 사이버펑크 바텐더 액션을 떠올리게 된다.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이니만큼 번역의 퀄리티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엔 없다. 다행히 번역의 퀄리티는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크게 나쁘진 않은 편이다. 일부 반말과 존댓말이 어색하게 섞이기도 하고 딱딱한 직역이 조금 보이긴 해도 말이다.

Neo Cab '운전'보다는 '소통'에 큰 비중을 둔 게임.
Neo Cab 조금 어색한 부분이 없진 않다만, 내용 이해에 큰 지장은 없다.

네오 캡 어플을 통해 다양한 승객들을 직접 골라 태울 수 있고 태운 승객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소통하게 된다. 대화의 양상에 따라 리나와 승객의 감정이 리나의 손목에 끼워진 필그리드와 얼굴 표정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그것이 이후의 대화와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친다. 승객들의 표정 변화가 상당히 섬세하게 이루어져 그들의 표정 변화만으로도 감정 상태를 바로 파악할 수 있으며 필그리드의 색깔을 통해 리나의 감정 상태를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어 리나의 상태 또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후 리나의 상태에 따라 일부 대화 선택지가 아예 선택이 안 되는 제약이 생기는가 하면 같은 선택지를 골라도 대화의 양상이 첨예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리나의 감정 상태와 선택지에 따라 승객들의 반응도 유기적인 변화를 보인다.

즉, 단순히 선택지의 변화를 통해서만 상황의 변화를 꾀한 것이 아니라 리나와 승객, 두 인물의 표정 변화와 감정 상태를 통해 대화의 양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감정 상태에 따라 대화의 양상과 이야기의 흐름이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봐도 좋다.) 특히나 대화 도중 선택지에 제약이 발생하는 상황은 자칫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강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제약이 생기기 직전 리나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데다가 해당 선택지를 고르지 못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공하며 플레이어를 충분히 납득시킨다. 덕분에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택시를 운전하는 리나에게 적극적으로 몰입하게 되고 마치 승객의 상담사가 된 것처럼 대화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된다.

Neo Cab 손목의 필그리드와 섬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리나와 승객의 감정 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Neo Cab 기분에 따라 선택지에 제약이 생긴다는 게 꽤나 신박하다.

그런가하면 승객들의 대화를 통해 자동화 기계가 인간 삶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필그리드라는 장치로 사람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 사이버펑크 도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명석함과 첨단 장비를 활용해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종횡무진 활약하기도 하고 최신 기술의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자동화 기계의 도입으로 인해 갑작스레 삶에 변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당장 마지막 인간 택시 기사인 리나 또한 자동화 택시로 인해 직업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자동화 기계로 도시를 장악한 대기업의 등장은 자연스레 첨단 기술에 대해 불만을 품은 자들의 결집으로 이어진다. 이는 도시의 존속에 큰 위협을 끼치는 혼돈을 몰고 온다.

이렇듯 네오 캡은 사이버펑크 세계관이 지닌 여러 설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오로지 승객들과의 대화만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있다. 즉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승객들과 소통하고 감정 변화에 따라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가상의 세계관이긴 해도 자동화 기계로 인한 사회의 변화 양상과 그로 인해 발생할 만한 고민거리를 꽤나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Neo Cab 자동화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Neo Cab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한다면 정녕 인간이 설 자리는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다만 전반적인 게임의 텐션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게임의 색감이 어둡고 우중충한데다가 게임 내내 낮은 음과 느린 박자의 음악이 깔리면서 기계로 가득한 사이버펑크 도시의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더욱 강조된다. 여기에 운전하는 내내 운전석에 앉아 직접 차를 운전하는 리나와 뒷좌석에 앉아았는 승객들만을 보여주며 다소 경직된 카메라 구도를 보여준다. 리나의 필그리드와 리나와 승객들의 표정 변화를 통해 변화를 주긴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고정된 구도 안에서 진행되다보니 조금은 갑갑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때때로 리나와 승객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긴 하나 이것만으로는 게임의 분위기가 크게 환기되진 못한다. 다양한 카메라 구도나 바깥 풍경의 변화, 그리고 우중충한 분위기를 완화시켜주는 산뜻한 음악을 통해 게임의 텐션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어야 했다고 본다.

멀티 엔딩이 준비돼있긴 하지만 강력한 힘을 지닌 대기업과 그들에게 저항하는 민간 세력의 대립을 통해 판을 키웠던 것에 비해선 다소 흐지부지한 결말을 보여준다. 어떤 엔딩이던 간에 무언가 명확히 해결되거나 매듭짓는다기보단 맥이 빠지고 허무해지는 느낌에 가깝다. 또한 리나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했던 절친 세비는 엔딩 직전 상당히 무개념한 언행을 보여주며 플레이어를 제대로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전에 다른 주변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세비의 성격과 정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서술하면서 세비의 무개념한 언행에 대해선 충분한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비가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소꿉친구를 무례하게 대하는 광경으로 인해 각 플레이어마다 게임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Neo Cab 운전의 따분함을 보여줄 생각이었다면 이 쪽도 아주 나쁘진 않았겠다만.
Neo Cab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자신의 교우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

하루에 태울 수 있는 승객은 3~4명으로 제한돼 있는데 한 승객에게 받을 수 있는 돈이 그다지 많지 않아 자동차 연료와 숙박에 돈을 지불하다보면 반드시 적자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먼 거리를 주행하거나 별점이 높다고 해서 받게 되는 택시 요금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택시기사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는 점을 의도했던 것 같다만, 열심히 일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더군다나 리나가 세비의 행방이나 자신의 실직에 대해 걱정하는 장면은 자주 나와도 낮은 택시 요금에 불만을 갖는 장면은 거의 나오질 않는다. 물론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게임이기도 하고 돈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나름의 구제책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의 사기를 깎아내리는 건 조금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멀티 엔딩이 준비돼있고 단 한 번의 플레이로는 모든 승객과의 대화를 감상할 수 없어 2회차 플레이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대사 스킵 기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한 번 봤던 대화 상황이라 할지라도 전부 다시 감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매번 주행을 끝마칠 때마다 상황이 자동으로 저장되긴 하지만 여러 분기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사실상 게임을 처음부터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사 스킵 기능의 부재는 꽤나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로 인해 2회차 플레이에 대한 의욕이 크게 생기진 않는다. 화려하면서도 우중충한 사이버펑크 도시와 심도 있는 스토리 분기는 잘 갖춰뒀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실질적인 게임플레이에 대한 배려는 다소 부족한 셈이다.

Neo Cab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적자를 찍게 되는 기이한 직업.
Neo Cab "비주얼 노벨에 스킵 기능을 반드시 넣어라" 같은 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네오 캡은 리나와 승객의 감정의 변화를 통해 유기적인 대화 양상을 보이며 택시 기사이자 상담사가 된 듯한 느낌을 제대로 선사하는 게임이며, 자동화 기계로 인해 발생할 만한 삶의 변화, 개인의 고민,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점을 꽤나 합리적으로 묘사하는 게임이다. 어둠이 깔린 사이버펑크 도시는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낮게 깔리는 음악이 사이버펑크 도시의 매력을 한 층 더 부각시켜준다. 직접 택시를 운전하는 드라이빙 게임은 아니긴 해도 사이버펑크라는 소재를 좋아하거나 여러 인간군상들과 있는 듯 없는 듯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택시 기사의 입장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제법 추천할 가치는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게임 내내 이어지는 데다가 가뜩이나 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게임을 고정된 구도와 낮은 텐션을 유지하면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점으로 인해 지루함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승객들이 있긴 해도 우울함으로 가득한 도시를 다시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물론 항상 운전석에 앉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운전을 이어나가고 승객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 반복적인 삶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이 쪽도 썩 나쁘진 않을 듯하다. 게이머들이 자신의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 그런 따분한 삶을 기꺼이 체험할지는 조금 다른 문제겠지만 말이다.

Neo C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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