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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쳐 인 더 웰 <Creature in the Well>

타이틀:
개발:
퍼블리셔:
가격:
15,500원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Creature in the Well

작은 구슬을 튕겨 테이블에 배치된 여러 오브젝트를 맞추는 게임 핀볼은 꽤나 오랜 세월 동안 오락실 시장을 통해 큰 인기를 얻어왔었다. 시작 시 구슬을 튕기고 내려오는 구슬을 다시 쏘아올리는 단순한 방식의 이 오락기는 그 단순함이 유발하는 중독성으로 수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으며, 이후에도 스코어 표기가 추가되고 다양한 오브젝트와 시스템이 추가되는 등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아케이드 시장이 몰락한 이후로는 주로 도박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나, PC와 콘솔로 출시된 핀볼 FX(Pinball FX)가 다른 IP와의 콜라보를 통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핀볼 역사의 명맥을 잘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벽돌깨기 스타일이나 핀볼 스타일의 게임플레이는 분명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허나 어찌된 일인지 다른 게임에 그 컨셉이 응용된 사례는 그다지 많이 발견되진 않는다. 그나마 핀볼 컨셉이 활용된 게임들을 찾아봐도 보통은 미니 게임의 형태로 가볍게 삽입된 경우가 대다수지만, 그래도 요쿠스 아일랜드 어드벤처(Yoku's Island Adventure)처럼 핀볼이라는 컨셉을 다른 게임 장르에 잘 융합시키고 응용한 사례도 없진 않다. 그리고 이번 9월 핀볼 컨셉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액션 게임이 하나 등장했으니, 최후의 기계 엔지니어가 되어 크리처의 방해를 뚫고 기계 시설을 다시 작동시켜나가는 핵 앤 슬래시 액션 게임, 크리처 인 더 웰(Creature In The Well)이 바로 그것이다.

Creature in the Well 핀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공을 튕기는 그 손맛. [요쿠스 아일랜드 어드벤처(Yoku's Island Adventure)]
Creature in the Well 고대 유물을 일깨우기 위한 알카노이드 액션. 크리쳐 인 더 웰(Creature In The Well)

크리쳐 인 더 웰은 유일하게 생존한 기계 엔지니어 BOT-C를 조종해 고대의 지식이 담긴 유적을 탐험하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파악하며 마침내 모래폭풍이 휘날리는 날씨를 바꿔야 하는 액션 게임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무기를 활용해 구체를 날려 패널을 가격해 전력을 확보하고, 탐험을 방해하는 우물 안 크리쳐의 온갖 방해를 뚫고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장치들을 차례차례 작동시켜 나가야 한다. 핀볼에 영감을 받았다는 점을 크게 어필한 게임이긴 하지만, 반복적으로 공을 때려 패널을 가격하는 플레이 방식과 전반적인 패널의 배치를 봤을 땐 이 게임을 핀볼 스타일의 게임으로 보기보단 알카노이드나 벽돌깨기류 게임으로 보는 편이 더 옳을 듯하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사막 속에 아무도 남지 않은 채 방치된 고고한 유적의 분위기는 특유의 색감과 질감으로 제법 잘 구현되어 있다. 하지만 기계 엔지니어 홀로 유적을 탐험하는 적막함이나 우물 안 크리쳐의 온갖 방해를 극복하고 임무를 달성해나가는 비장함을 받쳐줄 음악의 퀄리티가 그다지 좋지 않아 그 느낌이 크게 살아나진 못한다. 크리쳐 인 더 웰이 인디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출시되는 인디 게임들의 평균적인 음악의 퀄리티가 대체로 평균 이상이다보니, 크리쳐 인 더 웰의 낮은 퀄리티의 음악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Creature in the Well 크리쳐를 봉인하기 위해 남은 최후의 기계 엔지니어 전사.
Creature in the Well 핀볼이라기보단 벽돌깨기에 좀 더 가까운 형태.

구체를 날려 패널을 가격하는 게임플레이는 그 타격감이 제법 잘 살아있다. 한 방에 많은 구체가 이리저리 튕기며 패널을 가격하고 전력이 충전되는 광경은 화려하면서도 짜릿해 꽤나 볼만한 구경거리가 된다. 날아오는 공을 맞받아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모든 패널을 닫는 게임플레이는 그 손맛이 좋은 게 마치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탁구 경기를 진행하는 것 같기도 하다. 대체로 벽돌깨기 스타일의 플레이를 던전을 탐험하는 액션 게임의 특성에 맞게 적절히 잘 옮겨온 모습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핀볼에서처럼 한 번 날린 공이 오랫동안 여러 곳에 튕기는 상황은 거의 안 나온다고 봐야 한다. 각 방의 크기가 좁을 뿐더러 패널과 터렛이 대체로 좁은 간격으로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 구체가 한 번에 많은 곳에 튕기기도 어렵다. 이것이 이 게임을 핀볼로 보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그 밖에 핵심 악역인 우물 속 크리쳐를 제외하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적이라고 등장하는 것들이 한 자리에 그대로 박혀있는 패널과 터렛뿐이기 때문에 게임이 조금 심심하게 다가올 여지는 있을 듯하다.

크리쳐 인 더 웰의 개략적인 플레이타임은 평균적으로 3시간에서 4시간 남짓으로 그다지 긴 편은 아니지만 메인 스토리 이외에 강화에 활용되는 코어와 각기 다른 특성을 보유한 무기, 주인공을 꾸미는 용도로 활용되는 망토 같은 다양한 수집거리가 존재하고 게임 곳곳에 나름 숨겨진 요소들도 깨알같이 갖춰져있어 플레이타임 대비 컨텐츠는 은근히 깨알같이 갖춰둔 게임이기도 하다. 각 무기의 특성이 저마다 달라 각 무기를 번갈아가며 활용하는 재미가 있고 특히나 망토의 경우 각 망토에 따라 주인공의 생김새가 유의미하게 달라져 새로운 망토를 획득하고 원하는 망토를 착용해 주인공을 꾸미는 재미가 은근히 괜찮은 편이다.

Creature in the Well 팅팅팅팅 탱탱탱탱 팅팅탱탱
Creature in the Well 가장 월등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도구. 다만 이 게임에선 뭘 막아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조작감과 인터페이스, 시스템, 레벨 디자인 등 많은 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된다. 우선 구체를 가격할 때 있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체를 날리기가 은근히 어렵다. 별도의 에임 보정이 있는 게 아닌 데다가 제자리에 서서 멈춘 채 구체를 날리기가 어렵고 플레이어의 방향 조작에 둔감하게 반응해 조작감이 그다지 좋은 게임은 아니다. 이는 특히나 맞춰야 할 표적이 한두개 정도 남았을 때 더 심각하게 체감되며, 이로 인해 게임 중후반에 등장하며 오직 구체 타격을 통해서만 소멸시킬 수 있는 불꽃 드론 투사체에 대한 대처가 잘 안 된다. 던전을 탐험하는 동안 한 방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할 때 시점의 방향이 굉장히 자주 바뀌는데,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보일 순 있겠으나 이 때문에 화면 우측 하단의 맵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살짝 난감해진다.

레벨 디자인은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 앞서 지나왔던 장치나 방에서 봤던 패널의 배치를 나중에 가서 그대로 써먹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패널과 터렛의 종류가 너무 적어 이내 게임에 익숙해지고 식상해지게 된다. 중간중간 뜬금없이 어렵거나 말도 안 돼보이는 패널 배치가 보여 난이도 배분도 뒤죽박죽이다. 일부 복합적인 패널 배치가 보이긴 하나 이마저도 플레이어의 두뇌 활용과 게임 피지컬보다는 주인공의 강화 상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던전 안에서 사망하기라도 하면 아예 마을 밖에서 부활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사망 지점까지 다시 도달하기 위해선 꽤나 긴 동선을 스스로 다시 이동해야 한다.

벽돌깨기 방식의 게임플레이를 액션 게임에 응용하려는 시도는 좋았고 구체를 패널에 튕기는 타격감과 쾌감은 제법 준수한 편이나, 벽돌깨기 컨셉의 확장이나 응용이 지극히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모습이다. 여러모로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제작된 게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Creature in the Well 종종 아까 봤던 구조의 방이 다시 등장한다. 레벨 디자인에 있어 성의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Creature in the Well 무조건 구체 타격으로 소멸시켜야 하는 불꽃 드론. 심지어 방을 나가도 쫓아와서 대처가 너무 어렵다.

그런가 하면 게임의 진행 방식 및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서술도 다소 부족하다. 가장 기본적인 이동 방법과 무기 사용법 이외에 추가적인 게임의 요소에 대한 설명이 많이 빠져있는데, 이 때문에 자칫하면 체력을 전부 회복시켜 주는 회복의 샘이나 획득한 코어를 통해 주인공의 스펙을 강화시켜주는 정비소의 존재를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게임을 진행하게 될 여지가 매우 다분하다. 워낙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컨셉과 게임플레이를 자랑하는 게임이니만큼 마땅히 게임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수반되어야 했을텐데, 그런 것들이 게임 상에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필요 이상으로 오래 헤메고 게임을 지체하게 된다.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놓고 보면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서술 부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대화 상황이 그다지 많지 않은 데다가 세계관과 관련된 정보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고 상당히 파편화돼 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악역인 거대한 덩치의 우물 속 크리쳐는 중요한 순간마다 주인공을 방해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대사를 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그 대사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고 생뚱맞아 그 맥락을 잡기가 어렵고, 결정적으로 주인공을 방해하는 순간에도 투사체를 날리거나 터렛을 배치하는 식의 간접적인 방해만 할 뿐 직접적으로 주인공을 협박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장면이 없어 그 존재감이 다소 떨어진다.

특유의 그래픽과 세계관, 여러 오브젝트 등을 통한 분위기 형성은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정보의 파편화와 함축적인 이야기 전달 등, 이 모든 것이 개발사 측의 의도적인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지의 존재에 대한 신비로움을 좀 더 부각시키고 싶었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설령 의도가 그렇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서술조차 많이 결여돼 있어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그 의도에 공감해주기가 너무 어려워보인다.

Creature in the Well 실제로 이 회복의 샘의 존재를 몰라 체력 회복 없이 게임을 진행했던 분이 있다고 한다.
Creature in the Well 위압적이긴 하나 존재감이 다소 떨어지는 우물 안 크리쳐.

특유의 적막함과 고고함, 미지의 분위기를 잘 살린 그래픽과 더불어 벽돌깨기를 액션 게임에 옮겨온 아이디어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좋은 타격감과 손맛을 통한 실제 게임플레이로 어느 정도 잘 구현해낸 모습이다. 하지만 특정 레벨 디자인이 재활용되는 상황이 종종 보이고 벽돌깨기라는 컨셉의 응용이나 확장이 부족하며 게임플레이와 스토리, 양 측면에서 중요한 서술이 많이 빠져있어 여러모로 안일함이 많이 느껴지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쳐 인 더 웰의 개발사인 Flight School Studio가 이전까지 VR 게임을 주력으로 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만큼 만든 것도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난하면서도 화려해보였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실망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색다른 방식의 던전 탐험 액션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썩 나쁘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괜찮은 인디 게임이다.

Creature in the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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