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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나 제로 <Katana ZERO>

타이틀:
개발:
퍼블리셔:
가격:
15,500원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Katana ZERO

피와 살이 사정 없이 튀는 잔혹한 연출과 빠른 속도로 적들을 제압하는 게임은 언제나 게이머의 피를 끓게 만든다. 한 방에 적을 처치한다는 것은 반대로 플레이어도 한 방에 죽어버릴 수 있기에 적지 않은 위험과 만만치 않은 난이도가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난이도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플레이어의 도전 심리를 일깨워 마침내 모든 적을 소탕한 쾌감을 한껏 느끼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 많은 적들을 최대한 효과적이면서도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레벨 디자인이 받쳐주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게임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게임을 하나 알고 있다. 핫라인 마이애미(Hotline Miami)가 바로 그것이다. 마약에 살짝 취한 듯한 느낌을 주는 사이키델릭 풍 배경음악과 더불어 피와 살이 무자비하게 튀는 거칠고 잔혹한 연출과 무기가 될 만한 건 뭐든지 들어 빠르게 적들을 찢어발겨버리는 호쾌한 액션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의 워너비로 통하고 있다. 이제 핫라인 마이애미가 처음 출시된 지 7년이 흘렀다. 슬슬 핫라인 마이애미를 대체할 만한 게임이 나올 시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유력한 대체제 중 하나인 카타나 제로(Katana ZERO)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Katana ZERO 터프한 액션과 잔혹한 연출로 폭력성을 극대화하다. [핫라인 마이애미(Hotline Miami)]
Katana ZERO 흐릿한 기억을 걷는 날카로운 일본도 한 자루. 카타나 제로(Katana ZERO)

카타나 제로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멈추고 되돌리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검객을 조종해 눈에 보이는 적들을 빠르게 베어버리며 주어진 암살 임무를 완수하고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진실을 파악해나가야 하는 액션 게임이다. 검은 천을 두르고 일본도 한 자루를 허리춤에 찬 주인공의 생김새는 마치 사무라이와도 같지만, 게임 전반적으로는 와패니즈 풍의 사물이나 연출이 딱히 두드러지진 않아 왜색을 그렇게 강하게 풍기는 게임은 아니다.

상당히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 게임이다. 일본도를 활용해 신속하고 적들을 베면서 나아가는 화려한 액션과 피가 쏟아지고 살점이 흩어지는 잔혹하면서도 호쾌한 연출이 인상적이며,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시간이 멈추거나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게임플레이와 스토리 모두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정교한 움직임을 보이는 고퀄리티의 픽셀 그래픽은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고 강렬한 비트와 진한 음색을 자랑하는 사이키델릭 풍의 배경음악은 플레이어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Katana ZERO 시간을 멈추고 총알을 튕겨내는 절대무적의 사무라이.
Katana ZERO 사이키델릭 풍의 사운드트랙이 정말 진국이다.

카타나 제로는 빠른 발걸음과 적들의 공격을 피하는 구르기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적에게 달려들어 일거에 베어버리는 게임플레이가 일품인 게임이다. 적을 베는 순간 화면에 화려한 연출이 등장하고 베는 효과음이 크게 들려 적들을 베는 타격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또한 시간을 잠시 멈춰 날아오는 총알을 튕겨내고 튕겨낸 총알로 적을 처치할 수 있으며, 각 스테이지에 놓여있는 지형지물과 물건들을 활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적들을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검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해냈다는 느낌이다.

또한 적들의 공격 패턴이 대체로 빠른 편이고 반사가 안 되는 공격이 일부 있긴 하지만, 적들의 공격은 대개 구르기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데다가 인공지능이 별로 좋진 않아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손쉽게 적들을 제압할 수 있다. 적들에게 한 대만 맞아도 죽어버리긴 하지만, 시간을 되감는 연출을 통해 빠르게 구역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니 게임의 빠른 템포가 그대로 유지된다. 여러모로 다수의 적들을 신속하게 베어넘기는 것에 최적화된 게임이고 이를 통해 강력한 힘과 화려한 검술 실력을 보유한 검객이 된 듯한 느낌을 제대로 선사한다.

그 밖에 한 구역의 적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나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자신의 플레이를 다시 감상할 수 있다. 자신의 화려한 플레이를 감상하는 재미야 좋겠다만, 일부 스토리 상에서 활용될 때를 제외하면 평소에는 처음에만 몇 번 본 뒤 조금만 지나가도 그저 스킵해버리게 된다.

Katana ZERO 소리에게돈! 류진노 켄오 쿠라에!!
Katana ZERO 이런 기능이 딱 처음 볼 땐 신박한데 나중가면 그냥 넘기게 되는 그런 기능이다.

다만 총을 사용하는 적이 많긴 해도 구르기와 스테이지에 놓인 무기만을 활용해도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보니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기술은 생각보다 활용할 기회가 그다지 많진 않다. 중간중간 칼을 사용하지 못하는 잠입 스테이지도 등장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장애물이나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이 나오는 등, 전반적인 게임플레이가 오로지 적들을 베는 것에만 집중돼있진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다수의 적들을 능수능란하게 베어버리는 재미를 생각했다면 실망까진 아니라도 일말의 아쉬움이 느껴질 순 있다.

게다가 카타나 제로의 엔딩을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3~4시간 정도로 플레이타임이 그다지 긴 게임이 아니다. 열쇠로 대표되는 수집거리와 숨겨진 보스전을 전부 즐긴다고 해도 플레이타임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플레이어로써는 이제 막 게임에 제대로 익숙해지고 본격적으로 적들을 베어넘길 생각에 몸이 한껏 달아있는데 갑작스럽게 게임이 끝나버려 김이 팍 새고 만다. 챕터와 스테이지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준비해놓는 것이 최선이었을 테지만, 그게 어려웠다면 잠입 파트 같은 다른 파트를 조금 희생해서라도 적들을 베어넘기는 것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나 싶다.

Katana ZERO 생각보다 적응이 어려웠던 잠입 구간. 졸개들의 이동 간격이 딱 떨어지지 않아 더 어려웠다.
Katana ZERO 이상하게 유독 조작이 손에 잘 안 감기더라.
Katana ZERO 조건이 조금 까다롭긴 해도 정신과 의사와의 숨겨진 일전은 꼭 치뤄보길 권장한다.

게임이 전개되면서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단서와 게임과 관련된 각종 설정을 아주 조금씩 넌지시 던져준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 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양상을 뒤집고 동시에 이야기의 전개 속도를 확 끌어올린다. 여기에 생소하게 느껴지면서도 큰 충격을 주는 장면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면서 새로운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시간을 되감는 연출로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의 대화 도중 색다른 선택지를 고르거나 아예 대화를 가로막으면서 이야기의 양상을 어느 정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카타나 제로의 이야기는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상당히 빠른 템포로 전개되고, 이는 곧 높은 몰입도로 이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무작정 빠르게만 진행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임무를 끝내고 이야기가 과열된 양상을 보일 때 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그 동안 벌어진 일을 정리하고 서류철을 통해 새로운 임무를 제공받으며 이후에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를 개시한다. 그리고 하루가 마무리될 때마다 옆집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따뜻한 감성을 조금씩 불어넣는다. 대화의 선택을 통해 이야기의 양상을 바꾸는 건 여기에서도 가능하며, 특히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는 게임의 이후 진행에 꽤나 큰 영향을 끼친다. 즉, 카타나 제로는 빠른 템포의 이야기 전개와 중간중간 적절한 완급조절로 플레이어와 적절한 밀당을 나누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상당히 적정한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Katana ZERO 시간을 되돌린다는 특성을 스토리 전개에 아주 적극적으로 써먹는다.
Katana ZERO 전형적이면서도 익숙한 완급조절. 덕분에 잘 쉬다 간다.

다만 큰 줄기 이외에 조금이라도 세부적이라 할 만한 부분들에 대한 묘사는 다소 흐릿하고 모호하다.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투여 받는 마약의 정체라던가 주인공의 과거 같은 굵직한 이야기는 적절히 묘사되나, 그 밖에 게임 상에서 부수적으로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한 묘사가 빈약하다. 이야기의 흐름이 전환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이야기의 전개 속도를 끌어올리고 높은 몰입을 유도한 것은 좋았지만, 새롭게 접어든 국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스토리의 빠른 전개에 적절한 연출이 받쳐줘 이야기의 몰입도는 뛰어나지만 이야기의 정황을 이해할 만한 설득력은 조금 떨어진다.

게다가 대놓고 후속작이나 DLC를 암시하는 식으로 게임이 마무리되는데, 미처 해결이 안 된 떡밥을 너무 많이 남겨놓아 굉장히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대화 파트에서 다른 대사를 고르거나 해서 이야기의 양상을 살짝 바꿔줄 순 있으나, 결국 준비된 엔딩은 단 하나 뿐이다. 결국 기약 없이 후속작이나 DLC를 기다리거나, 게임을 마친 플레이어의 추론이 강하게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카타나 제로 본편이 3~4시간 정도의 짧은 플레이타임을 지닌 게임이니만큼 후속작이나 DLC 역시 플레이타임이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해결되지 못한 떡밥들이 차후에 전부 회수되리라 장담할 순 없을 듯하다. 다음을 기약할 땐 기약하더라도 충분히 설명해야 할 건 설명하고 넘어가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Katana ZERO 대체 뭐 하는 놈들이냐, 너네들.
Katana ZERO 이러다 후속작이나 DLC가 안 나와버리면 말짱 소용이 없어지는거다.

시간을 멈추며 신속하게 적들을 베고 빠르게 지나가는 빠른 템포의 게임플레이는 짜릿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으며 모든 진실을 파악하는 스토리는 상당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게임의 결말을 잠시 미뤄버렸기에 깔끔하게 베어내지 못한 찝찝함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등을 맡길 이 하나 없이 홀로 나아가는 검객의 비장미는 잘 살아있다. 마치 칼 끝이 조금 무디긴 해도 그 칼날은 여전히 날카롭고 예리한 일본도처럼, 카타나 제로는 마무리는 조금 미진할지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만큼은 상당히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을 좋은 인디 게임이다. 전부 베어내지도 않았는데 먼저 픽 쓰러져버리는 허수아비를 보는 것만 같은 허무함은 살짝 남아있을 지라도 말이다.

Katana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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