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Steam] 코너에 새로운 게임 리뷰가 업로드되었습니다.

포가튼 앤 <Forgotton Anne>

타이틀:
개발:
퍼블리셔:
가격:
19,500원
Kutar'k 필자: Kutar'k
Steam 프로필
Forgotton Anne

한없이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 실낱 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은 채 처참한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게임들을 보곤 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고 이야기를 지켜보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그저 안타까움만 커져갈 뿐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행복을 기대하며 게임의 끝에 다다르면, 그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좌절만 가득한 결말이 놓여있는가 하고 그래도 일말의 여지 정도는 남기는 열린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성격 상 비극을 그다지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철저하게 짜여진 세계관과 높은 몰입도와 설득력을 선사하는 결말은 언제나 깊은 애절함을 남기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곤 한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멸망을 자초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배스쳔(Bastion)"이 딱 그런 게임이었고 현실에서 잊혀진 존재들로 채워진 환상 속 세상을 배경으로 한 게임, "포가튼 앤" 또한 내게 있어 그런 게임으로 오랫 동안 기억 속에 남아있게 될 것 같다.

Forgotton Anne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희망에 대한 갈망은 끊이지 않는 법. [배스쳔(Bastion)]
Forgotton Anne 소외된 자들의 마지막 염원이 담긴 환상의 도시. 포가튼 앤(Forgotton Anne)

포가튼 앤은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잊혀진 존재들이 모여 살고 있는 환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환상의 세계에 살고있는 유일한 인간이자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앤이 되어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군들을 만나고, 반군들과 세계의 마스터인 본쿠를 통해 망각물로 가득한 세계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보기보다 넓고 거대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며, 꽤 높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과 오케스트라 풍의 웅장한 음악은 게임의 스케일을 더욱 크게 보이는 효과를 부여한다.

Forgotton Anne 모든 사물들에게 생명과 개성이 부여된, 어찌 보면 참 낭만적인 세계.
Forgotton Anne 오케스트라라는 고급 향신료를 끼얹다.

집행자 앤은 아르카를 통해 망각물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엄격하고 무서운 집행자로 군림할 수도 있고 관대하고 다정한 상관이 될 수도 있다. 각 상황에서 앤의 선택은 이후 스토리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게임 진행에 따른 스토리의 흐름과 그 흐름에 따른 앤의 감정, 행동의 변화 양상은 그 임팩트가 크면서도 상당히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현실에서 잊혀진 물건들에 생명과 개성이 부여돼 있다는 설정은 매력적인 구석이 있고 저마다의 특기와 개성을 지닌 망각물들은 각기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면서도 사물로 가득한 세계관에 별 무리 없이 잘 녹아든다. 주인공 앤은 전형적이면서도 이상적인 히로인상을 보여주며 제법 비중이 큰 조연들인 마네킹 휘그를 비롯한 반군들과 마스터 본쿠 등은 필요한 만큼의 역할을 가져가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앤이 반군들을 만나게 되며 다양한 일을 겪고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사상과 심정의 변화는 제법 자연스러우면서도 그 임팩트가 크다. 포가튼 앤의 결말 또한 납득이 가면서도 진한 여운을 선사하기도 한다. 게임의 전반적인 배경과 캐릭터 등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는 더 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게임인 것이다.

Forgotton Anne 가장 평면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히로인, 앤.
Forgotton Anne 얼굴이 몸통에 박혀있는 마네킹은 아마 평생을 가도 익숙해지진 않겠지...

허나 때로는 플레이어의 조작을 요구하는 시간보다는 상대적으로 캐릭터들간의 대사가 진행되는 시간이 체감상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결코 적지 않은 대사량을 지니고 있으며,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앤은 항상 자리에서 멈춰 해당 캐릭터의 모든 대사를 끝까지 들어야 한다. 대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앤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질만한 대사가 있어도 스킵을 통해 넘길 수도 없다.

포가튼 앤이 담고 있는 넓고 깊은 설정들을 전부 서술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처사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게 종종 과도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대사를 반드시 끝까지 봐야하니 게임의 템포가 다소 쳐지게 되고, 지루하게 느껴질 여지가 생긴다. 배스쳔에서 그랬듯이 앤을 움직이면서 대화가 진행될 수 있게끔 만들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대사를 스킵하는 버튼이 있었어야 했다고 본다.

Forgotton Anne 만나는 이들 모두가 투 머치 토커.
Forgotton Anne 저기... 그런 이야기는 좀 가면서 해도 되지 않을까.

포가튼 앤의 배경과 스토리텔링은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다소 부실하게 느껴지는 게임플레이가 훌륭한 스토리를 제대로 받쳐주질 못한다. 캐릭터들간의 대화 내용이 다소 길어 상대적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조작감이 그다지 좋지 않고 레벨 디자인도 불필요하게 불편하거나 어렵게 짜여있다. 특히 점프 실수 같은 컨트롤 미스가 자주 발생한다. 이래서야 훌륭한 스토리를 편하게 감상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포가튼 앤에는 색다른 조건을 요구하는 도전과제나 메멘토라는 수집거리들도 존재해 2회차 플레이의 가치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게임이다. 한 번 게임을 클리어한 이후에는 브릿지를 통해 챕터를 선택해 도전과제나 메멘토 수집을 진행할 수 있지만, 챕터 하나가 꽤 길게 나눠져 있는 데다가 게임을 한 번 클리어한 파트라 할지라도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전부 감상해야 되니 2회차 플레이도 그다지 편하지가 않다. 스토리가 좋은 게임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 불편하게 다가오는 점도 결코 적지 않은 게임이다.

Forgotton Anne 점프 때문에 속터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Forgotton Anne 퍼즐은 재밌었다만, 너무 적었던게 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물건들이 생명을 부여받아 새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도시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히로인 앤의 여정, 그리고 반란군과의 접촉을 통해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과 갈수록 급박하게 전개되는 줄거리는 포가튼 앤의 확실한 매력이 된다. 허나 실질적인 게임플레이가 부실해 훌륭한 세계관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는 명확한 단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어느 쪽에 중심을 둘 지에 따라 포가튼 앤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달라질 수 밖엔 없을 것이다. 게임플레이에 중점을 두는 게이머들이라면 포가튼 앤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게임이라고 할 것이나,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위주로 보는 게이머들이라면 충분히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한 훌륭한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Forgotton 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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