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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충만한 암흑의 세계 <Beyond Eyes>

타이틀:
개발:
퍼블리셔:
가격:
16,000원
GREENER 필자:GREENER
스팀 프로필

■ 본고에서는 눈이 불편한 분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시각장애인복지재단' 등의 표기를 볼 때 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시각장애인'이란 표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성급히 도망치려는 도입부. 이렇게 시작되는 이번 게임은 ‘안 보인다’를 테마로 하며, 예술적인 게임군에 속하는 작품이다.

Beyond Eyes

주인공은 나이 어린 소녀. 어느 날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 혼자서는 집과 정원까지밖에 나갈 수 없다. 친구는 가끔 놀러 오는 붙임성 좋은 고양이뿐. 하지만 어느 날 소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 평상시처럼 떠나간 고양이와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 예감 때문에 동요하는 마음을 애써 부정하며, 소녀는 없는 용기를 쥐어 짜 혼자서 밖으로 나간다. 대강 이런 내용.

그녀에게 가능한 건 한 발 한 발 입을 악물고 걸어 보는 것뿐. 실제 시스템 상에서는 이 설정이 충실히 반영되어 다른 행동은 취할 수 없다. 뛸 수도 없고, 액션, 실수나 사망의 개념도 이 게임에는 없다. 천천히 걸어나가며 만화경처럼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 된다. 마치 그림책과도 같은 게임이다.

Beyond Eyes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일본의 시대극이나 전통극 중, 지금보다 의료가 발달되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는 가끔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등장한다. 선천성과 후천성 시각장애인은 걸음걸이로 구별할 수 있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기도.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감각이 예민해지고, 위험한 걸 눈으로 본 적이 없다. 자동차도 모를 분더러 사고 위험성도 알 수 없다. 때문에 무서울 게 없고, 무슨 일이 닥쳐도 지팡이를 어깨에 매고 당당하게 다닌다.

한편으로 성인이 되어 사고나 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은 어둠이 정말로 무섭다. 허리를 굽혀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고 벌벌 떨면서 걷는다. 수상한 움직임 때문에 길거리 개들이 짖기라도 하면 더욱 두려움에 떤다고 한다.

Beyond Eyes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 다채로운 세상을 경험해 왔고, 빛의 존재를, 햇볕이 드는 화단의 눈부심을 알고 있다. 게다가 이것들을 볼 수 없게 된 생활에 순응할 만큼의 유연성이 남아 있다.

Beyond Eyes

그런 소녀는 구두를 통해 발바닥으로 느끼는 땅의 감촉, 피부를 쓰다듬는 바람, 바람에 날아온 풀냄새, 주변의 소리와 반응, 그리고 물론 손으로 만진 물건에 의지하여 주변 상황을 살피고, 머릿속에 그 정경을 그려내어 기억하는 특수 능력을 획득한다.

옛날 위인이 아닌 누군가가 말했다. “길이란 건 내가 만들어가는 거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의 눈에는 소녀가 그려내는 꿈과 같은 세상이 비춰진다.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으며 주변 분위기를 감지, 그곳에 있는 것들을 파악해내고 조금씩 새로운 풍경을 그려간다.

Beyond Eyes 새소리가 들리면 그 곳에 새가 묘사된다.

그건 어른 세상처럼 흙탕물이 뒤섞이지 않은, 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믿게 만드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려낸 환상의 세계이다. 가로등 하나, 돌 하나까지 모든 것들이 착하고 따뜻하다.

Beyond Eyes

그렇지만 불길한 소리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주위가 어두운 색으로 변화되어, 흔들리는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적은 단서만으로 상상하기 때문에 틀릴 때도 있다.

내용은 이게 거의 전부다. 놀랄 만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2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파이널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걸로 족하다. 작은 단서들로 무리하게 플레이 시간을 늘릴지언정 물탄 술처럼 희석될 뿐이다.

대규모 모험도 필요 없고 장황하게 꾸미지도 않는다. 괜히 다른데 신경쓸 필요 없이 그저 소녀가 그려내는 예쁘장한 세상을 감상하면 된다. 그 점에서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없다. 그 세상을 자기 스스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그건 바로 실현된다.

Beyond Eyes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평가하고 싶은 건 아직 발걸음을 내딛지 않은 세상을, 시각장애인이라고 전부 검게 처리하지 않고, 반대로 새하얗게 처리했다는 점이다. 어떤 색으로 칠해도 안 보인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세계는 소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하얀 캔버스로 기능하면 되는 거다. 이 점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을 플레이하는 도중에 졸음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졸릴 수록 지루하다’는 부정적인 인상이 조금도 없다는 거다. 게임은 전부 플레이어에게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으니, 평온함을 주고 진정 작용을 하는 게임이 있어도 나쁘지 않을 거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나의 챕터를 플레이하고, 평온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든다. 이런 플레이 스타일이 어울리는 게임이 <Beyond Eyes>다. 이런 생각을 하다 깨달았다. 이건 그림책을 읽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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